한 해의 끝이자 20세기를 접는 마지막 한 달. 달랑 한 장만 남은 달력의 무게가 여느 해에 비해 훨씬 가벼워 보이고, 세기말의 불안감과 강박증마저 묻어난다. 20세기를 마무리하는 올 한 해 국내와 지역 문화예술계는 어떤 모양의 발자국을 남겨 두었을까. 문화예술 각 장르의 두드러진 활동상과 흐름을 몇차례 나눠 되짚어본다. 〈편집자 주〉
흔히 90년대 문학은 "80년대라는 암울한 시대의 정치사회적.정신적 붕괴의 잔해를 걷어내고, 저마다 낯선 모험을 시도한 시기"(평론가 서영채)로 평가하고 있다. 이런 모험의 기저에는 문학의 본질을 재확인하고, 21세기 새로운 한국문학을 향한 길트기라는 의미가 깔려 있다.
이같은 지반위에 저마다 나름의 결실을 낳고 있는게 바로 90년대 문학적 현상이다. '낯선 모험'과 '새 길트기'는 90년대 소설과 시 등 다양한 문학장르를 규정하는 틀이지만 90년대 문학이라는 프리즘에는 여전히 치열한 삶의 모습들이 비치기도 하고, 시대의 뒤틀린 욕망이 어리기도 한다.
90년대 문학의 흐름을 주도해온 소설문학은 어떤 모습일까. 자기스타일을 고집하는 젊은 작가들의 할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신경숙 은희경 공선옥 공지영 김영하 윤대녕 성석제 구효서 박상우 장정일씨 등 30-40대 일군의 작가들이 급부상, 내내 독자들의 시선을 붙들고 있다.
일상사의 가벼운 이야기와 화려한 문체 등을 특징으로 한 이들 작가들은 50, 60대 선배작가와는 뚜렷한 경계를 지으며, '가벼움'과 '느림'이라는 90년대 문학의 새 담론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서 박완서씨의 단편전집을 비롯 한승원씨의 소설전집, 김원우씨의 중편전집 등이 선보인 것도 소설문학계의 큰 수확이다.
시의 경우 문명과 자연환경의 위기를 인식하고, 강한 목소리로 이를 경고하는 시에서부터 인간 삶과 의식을 비판하는 시들, 전통적인 서정시 등 다양한 경향의 시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는 70년대 등단한 중견시인들의 몸짓이 컸던 한 해였다. 강은교 김준태 이태수 이동순 김명인 정호승 이진흥 허영만씨 등이 신작시집을 내놓으며 성숙한 시세계를 재확인시켜 주고 있다.
향토시단의 경우 뚜렷한 흐름이 감지되지는 않지만 다양한 시집들이 선보이는 등 수확을 거두었다. 특히 문학단체인 '작가콜로퀴엄'의 출범은 향토 문학 저변확대에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90년대 특히 90년대 후반의 문화적 현상 중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대중문학의 엄청난 약진이다. PC통신망이라는 새로운 매체상에서 읽히던 판타지 소설들이 잇따라 책으로 출판돼 독자들의 반향을 불러 일으키면서 문학출판시장의 상당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이런 부류의 대중소설들은 문학의 영역을 더욱 확대하고, 새로운 장르로 자리잡음으로써 90년대 문학현상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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