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달러당 엔화가 101엔 대로 진입하는 등 지나치게 고평가되고 있다는 논의가 일본 내에서도 일고 있는데.
▲일본 경기가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고 있기는 하나 아직은 미미한 정도인데 적정 환율은 120엔대라고 생각한다. 실물과 괴리된 엔고는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종국에는 세계경제에 혼란이 올 수 있다. 적정선에서의 안정이 필요하며 부침이 심하면 모두에게 이롭지 않다. 일본정부가 G7 국가들과 긴밀하게 협의해야 할 것이다.
-한국 경제는 최근 99년의 거시지표가 9% 성장율, 107만명의 실업자(98년 180만), 경상수지 흑자 200억 달러(98년 405억 달러), 물가 3%이내 상승 등 양호한 것으로 발표되고 있는데.
▲외형상 분위기로는 IMF가 오던 97년 말 30억 달러이던 외환보유고가 크게 늘어났고 해외 여행자수도 늘고 소비도 증가하는 등 호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IMF이후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고 따라서 일본처럼 거품이 빠질 때 자산가치의 하락이 심하지 않았다는 것이 현재의 호전을 뒷받침했다고 본다. 그러나 안심할 수 없다.
97, 98년 워낙 침체된 상황의 반등 효과인데 자본재 수입 등 설비투자가 착실히 진행되다 보면 2000년에는 경상수지가 대폭 축소돼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과소비를 경계해야 되며 실업자 통계의 적정성도 높여야 할 것이다. (이 대목은 우리 정부 발표 실업자 통계에 취로사업 근로자 등이 제외되고 있다는 점을 짚은 듯 하다)
-지난 2년간 김대중정부의 구조개선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우선 금융부문은 60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었음에도 무수익 여신이 증가하고 은행의 자율적 지배구조가 정착되지 않고 있다. 대우사태로 인해 투신사 등 제2금융권의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97년 IMF 사태를 맞을 때의 금융시스템에도 눈에 띠는 개선효과를 아직 볼 수 없다. 기업구조조정, 특히 재벌의 경우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200%이하로 줄이는 것은 무리라고 보며 과잉, 중복투자 부분의 합병 등 워크아웃이 좀 더 투명하고 국민이 공감하며 재벌 스스로 자율적 분위기에서 유도되도록 정부가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는 박정희대통령 시절 이룩한 강력한 성장지향, 자립지향, 정부주도지향, 대외지향에 정부와 재벌의 2인 3각 구조로 발전해 왔는데 70년대 오일쇼크, 80년대 고금리, 누적채무위기를 넘기고 90년대 들어서 구조조정의 진통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IMF사태를 맞았다. 재벌이 정부에 의한 보호와 지원으로 이상성장을 한 것이 사실이나 그들이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것도 부인키 어렵다. 그러나 중복·과잉투자, 차입경영이 지속되는 것은 시대의 조류에 역행하는 것이다. 정부, 재벌, 국민이 합심할 수 있는 순리를 찾아 밀고 가야 할 것이다. 단기간내 이루겠다는 조급함을 버리고 신뢰를 바탕으로 착실히 개혁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공공부문의 개혁은 소리만 요란하고 별로 성과가 없는 듯 하다. 과감한 민영화, 중복기관의 정리, 과잉인력 정비 등이 단행돼야 할 것이다.
-한국이 IMF사태를 맞게 된 원인이 내발적(內發的)인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는데.
▲97년 들어 한보 등이 쓰러지고 경제의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국제신인도가 추락했고 금융시스템도 외환의 흐름을 체크하는 기능이 고장나 피할 수 없이 사태를 맞은 것이다. OECD가입의 전제조건으로서 외환시장의 자유화가 가속화 되고 있는 과정에서 종금사가 마구 생겨나고 이들이 일본 등 외국에서 저리의 돈을 꾸어 인도네시아 등에 고리로 빌려주는 단기 금융행위를 해 왔는데 이를 체크할 장치가 미흡했고 사태 악화의 치명적 요소였다.
-그렇다면 OECD가입이 사태 유발에 기여한 것이 되는데.
▲그렇다. 당초 OECD가입을 추진할 때 96년에 경상수지가 30억 달러 이상 흑자로 돌아선다는 전제가 있었는데 사실은 237억 달러의 적자가 났는데도 가입이 강행되고 외환자유화의 물결이 높아 지게 된 것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본다. 그러나 YS의 정치적 결단을 번복시킬 수 없지 않았는가. 경제는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 이런 경우다. 값비싼 교훈을 얻었다고 할 수 밖에….
-그러나 내발적 요인, 무리한 OECD 가입 등이 IMF사태를 초래했지만 아시아권에서는 일본만 피한 것을 보면 (중국은 봉쇄체제로 예외) 헤지펀드 등 국제투기자금의 무차별 공격 때문이라는 논의에 대해서는.
▲일본은 세계 최대 채권국가이고 외환보유고도 수위를 달리고 있어 국제투기자금의 횡포를 견뎌낼 수 있었다. 한국은 그런 점에서는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세계는 동시에 주문과 결재가 이뤄지는 사이버 자본주의 시대에 돌입한 만큼 국제 투기꾼의 농간에도 견딜 수 있는 기초 체력과 금융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영원한 패자가 될 수 밖에 없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유로머니와 달러로 부터 아시아권을 방어하기 위한 아시아 펀드 창설 논의가 있는데.
▲창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년전에 일본도'미야자와(宮澤)구상'등으로 문제를 제기했는데 미국이 싫어 하겠지만 아세아 역내 국가들이 합의하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번에 1천, 2천억 달러씩 움직이는 국제투기자금을 '국제 경제의 에이즈'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얼마전 캐나다 연방의회가 외환거래세(Tobin Tax)를 창설할 것을 결의했는데 아시아 각국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확산될런지.
▲말레이시아 마하티르총리는 IMF의 구제금융을 거부하고 고정환율을 유지하며 저항했고 성공한 것으로 본다. 물론 풍부한 자원과 식량 등 그 나라의 특성이 그것을 가능케 한 면도 있다. 앞으로 무분별한 투기자금의 횡포가 계속된다면 아시아 역내 국가들의 공동논의로 외환거래세 같은 제도가 공론화 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WTO가입이 한국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보는지.
▲중국의 개혁, 개방과 시장 경제로의 체제 전환의 필연적 결과로 자유무역질서에로 편입될 수 밖에 없는데, 한국으로서는 배후에 큰 복병을 만난 셈이다. 노동집약형 경제 부문은 중국에 이미 많이 이전되었고 한국의 경쟁력이 아직 남아 있는 일부 반도체 분야도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치열한 추월경쟁에 시달릴 것이다. 한국은 국제화 쪽으로 더욱 나아가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미국·캐나다·멕시코)에 가입하는 등 권역을 확대하거나 지역적 선택, 즉 일본, 중국과의 사이에 분업, 협업을 강화하여 독자적 기술개발 등 한국적 특성을 살리는 길 중에서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섰다.
-한국 경제 중흥책으로서의 벤처기업 육성방안에 대한 의견은.
▲지금 쓰고 있는 벤처기업이란 용어는 컴퓨터, 전자정보 통신 분야만을 말하는데 성공확률이 미미하다. 그런데 정부가 마치 4천500만 한국국민 모두가 달려들듯 하라는 식이어서는 방향이 잘못된 것이다. 경제 행위 모든 분야에 창의성, 끈기, 집념을 가지고 도전하여 성공하는 기업들은 모두 벤처기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당국자들이 발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한·일 경협관계의 전망은.
▲자본재 수입 등으로 무역역조현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수평적 관계, 시장통합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 일본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가 줄고 있고, 일본의 분업 네트워크에서 한국이 벗어나는 현상이 뚜렷해 지고 있다. 이런 점을 한국 측이 유의해야 할 것이다.
정리·裵洪珞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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