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최초보고서 왜 중요한가

입력 1999-12-06 00:00:00

김태정(金泰政) 전 검찰총장 구속이후 검찰 수사의 초점은 최초보고서 추정 문건의 출처, 생산과정 및 유출경위에 쏠려 있다.

그렇다면 왜 최초보고서의 출처가 옷로비 의혹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그토록 중요한 것일까.

우선 최초보고서의 작성기관이 사직동팀으로 확인될 경우 곧바로 대통령에 대한 '허위보고' 논란과 사직동팀의 사건 축소.은폐.조작 의혹으로 이어진다.

최초보고서 문건 3건중 1월18일자로 표시된 '유언비어 조사상황'은 2월10일 박주선(朴柱宣)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대통령에게 정식보고한 최종보고서와는 결론이 판이하게 달라져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차이는 김 전총장 부인 연정희(延貞姬)씨가 라스포사에서 호피무늬 밍크 반코트를 구입-반환한 경위와 날짜 부분.

최종보고서는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가 반코트를 포장해 주었으나 연씨가 입을 수 없다며 반환했다고 '해명'한 반면 최초보고서는 관련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반코트를 구입했다는 잠정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중간조사 상황을 연씨에게 유리한 쪽으로 누군가 왜곡하도록 지시했다는 추론이 가능해지고, 그렇다면 검찰 수사는 '축소.은폐의 조종자'를 향해 칼날을 들이댈 수 밖에 없다.

또 그 조종자는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주범으로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될것이다.

두번째 두 보고서에 나타난 반환일자의 차이는 연씨에게 내사정보가 사전유출됐다는 의혹의 반증이 된다.

최종보고서는 이를 '며칠후'라고 불분명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최초보고서는 1월8일로 못박고 있는데다, 최초보고서가 정식내사 착수(1월15일)전 탐문조사를 벌인 결과라면 더더욱 연씨가 모종의 언질을 받고 옷을 돌려줬다는 심증을 사실로 굳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김 전총장이 사직동팀의 정식 지휘계통이 아닌 다른 라인을 통하거나 제3의 기관을 움직여 최초보고서를 작성케 한 뒤 건네받았을 경우 사건은 또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검찰의 총수가 직무범위를 벗어나 대통령 직속기관의 수족을 좌지우지한 '국정농단' 사건이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김 전총장에게 혐의가 추가되고 지시를 받은 사직동팀 다른 라인의 실무자나 보고서 작성-유출에 관련된 기관원들은 내사정보 유출로 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종보고서의 경우 유출경로가 드러나긴 했지만 김 전총장이 신동아측으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진술함에 따라 새로운 불씨가 지펴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김 전총장의 진술을 근거로 신동아측을 수사키로 했지만 자칫 김 전총장구속에 대한 보복수사라는 인상을 줄까봐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당시 협박의 정황은 대부분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2월11일 최순영(崔淳永)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신동아측은 대검에 광고를 내겠다고 통보했고, 당시 대검은 긴급 간부회의까지 소집해 대책을 논의한 끝에 종교모임 관계로 이형자(李馨子)씨를 알던 한 간부의 중재로 무산됐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검찰은 따라서 협박의 실체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신동아측 관계자들의 소환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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