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찰은 아직도 舊態依然

입력 1999-12-04 00:00:00

한국방송통신대학 학습관 개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대구에 온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행전지에서 대구 효목주공아파트 재개발지구 주민들이 공사재개 서명운동을 벌인다고 경찰이 이들을 강제 연행, 감금시킨 사실은 아무래도 경찰이 과잉대응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물론 대통령 부인에 대한 경호는 엄연히 법에 규정된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임엔 틀림이 없다. 또 영부인에 대한 경호는 돌발사태에 대비, 보다 철저하고 엄정하게 이뤄진다는 건 비단 경찰이 아니더라도 익히 알고있고, 일반국민들 입장에선 이에 적극 협조하는게 도리인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날 재개발지구 주민들은 4년간 공사진척이 전혀 안된 보성측의 무성의를 촉구한다는 취지에서 전날의 대구은행 집회에 이어 단순한 가두서명운동을 두곳에서 40여명이 벌인것에 불과하다.

그들이 벌인 행위로 봐 순수하게 시민들에게 호소를 하고 그 호응를 얻겠다는게 목적으로 보인다. 만약 영부인이 오는걸 미리 알고 한 행동이라 쳐도 그들이 노리는건 무슨 구호를 외치거나 집단행동으로 말썽을 일으킬 소지는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그런 비이성적인 행태를 벌인다는건 그들에게 불리할 뿐이지 득이 될 턱이 없고 오히려 동정은커녕 비난을 받을게 뻔한 이치라는 건 그들 자신들이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그들은 '소비자주권을 되찾자'는 어깨띠가 말해주듯 4년간 공사중단으로 서민들의 피해가 큰데 누구하나 그걸 해결하려는 기미조차 없으니 그 억하심정을 대통령 부인에게라도 단지 알려보자는 의도로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경찰이 단지 불상사로 영부인에게 혹시 누가 될까 지레 짐작, 미리 이들을 강제로 연행해 경찰서 강당 등에 감금 시켰다가 각서까지 받은건 백번 양보해도 경찰의 옳은 처사라 할수가 없다. 엄격하게 따지면 경찰이 시민을 연행할땐 그 수칙에 따라 정당하게 처리하는 건 상식이다.

과연 이런 정당성을 경찰이 부여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이날 경찰의 행위는 누가 봐도 과잉대응임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영부인쪽에선 이런 억울한 사정을 듣고 싶어했을지도 모른다. 서민들의 애환을 듣고 대통령에게 선처를 건의하는게 어떤 의미에선 영부인이 국정을 도우는 길이기 때문이다. 경찰의 '과잉충성'으로 인한 물의는 건국이후 지금까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병폐다. 그렇잖아도 최근 쏟아지는 비리로 경찰에 대한 국민감정이 좋지않는 터에 경찰이 자초한 '과잉충성'시비의 반시대적 행태는 실로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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