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모 특별검사 발언 파문

입력 1999-12-04 00:00:00

옷로비 의혹사건의 최병모(崔炳模) 특별검사가 3일 검찰수사의 축소.조작을 뒷받침할 증거와 진술을 상당 부분 확보했다고 밝혀 다시 파문이 일고 있다.

옷 로비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김태정(金泰政) 전 검찰총장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를 위한 짜맞추기식으로 진행됐다는 의혹을 사실상 확인하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검찰수사가 축소 또는 조작됐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던 부분은 연씨가 라스포사에 가서 문제의 밍크 반코트를 입어보고 배달받은 날짜와 반코트를 반환한 날짜.

검찰은 당시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라스포사 판매일보와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해 연씨는 자신도 모르게 12월26일 반코트를 배달받은 뒤 뒤늦게 알고 1월5일 반환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국회 청문회 및 특검 수사를 거치면서 코트배달일과 반환일이 각각 지난해 12월19일과 올 1월8일로 확인되면서 연씨가 코트를 보관한 날이 10일에서 20일로배가 늘어났다.

당시 수사팀은 "검찰 수사의 핵심은 이형자씨 주장을 토대로 배정숙씨와 정일순씨 등이 실제 로비 명목으로 옷값을 요구한 사실이 있느냐를 가리는 데 있었을 뿐 옷 전달일자가 핵심 요소는 아니었다"고 밝히고 있으나 연씨를 위한 '감싸기 수사'를 벌였다는 의혹에 시달려왔다.

사실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점은 특검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형자(李馨子)씨의 동생 영기씨는 "검찰수사에서 반코트 배달일을 지난해 12월19일이라고 진술했으나 검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조작.축소 의혹을 제기했다.

영기씨는 검찰에서 자신의 진술이 받아들이지 않은 경위서를 특검팀에 제출한것으로 알려졌다.

또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도 "검찰 수사때 옷 배달일을 12월19일이 아닌 12월26일로 하자고 진술을 강요받았다"고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진술했다가 이를 철회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 관계자는 "처음부터 자기네들끼리 입맞추고 와서 진술하는데 어떻게 달리 조작할 수가 있겠느냐"면서 "검찰이 진술을 유도했다는 등의 주장도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검사는 "옷 배달일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정일순, 연정희씨 뿐이고 영기씨가 배달 일을 알고 있는 듯이 진술했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른 수사 검사도 "검찰에서는 옷 배달일 등에 관해 어떤 진술을 강요하거나 조작한 사실이 없으며 국민적 의혹이 쏠린 사건이었기 때문에 그럴 상황도 아니었다"며 최 특검의 발언에 불쾌한 반응을 나타냈다.

검찰 주변에서는 특검이 검찰 수사가 단순한 '부실'이 아닌 '의도적인 부실'이었음을 입증할 단서를 포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특검은 자신의 발언이 파문을 빚자 "검찰이 의도적인 축소.은폐를 했다는 것이 아니라 원론적으로 얘기한 것 뿐"이라며 슬그머니 발을 뺐다.

어쨌든 특검팀은 검찰 수사의 '부실함'을 수사결과 발표때 공개할 예정이어서

현재 사직동팀 내사결과 보고서 유출 경위를 수사중인 대검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대검은 옷로비의혹 수사 경위에 대해 일단 자체 감찰차원에서 조사를 벌이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으나 향후 특검의 발표 내용 강도에 따라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은 물론, 재수사를 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 지도 몰라 최 특검의 발언에 대한진위 파악에 나서는 등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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