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에도…비례대표에도…'중복출마제' 與野 물밑교섭

입력 1999-12-04 00:00:00

여권이 3일 선거구제 논의를 위한 3당3역간 첫 회의에서 후보자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중복 출마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제시, 배경 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이 방안은 여야가 소선거구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결합하는 쪽으로 의견접근을 보이고 있는 최근의 상황을 감안할 경우 자민련의 영남권 의원 등 공동여당내 중선거구제론자들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한 카드로 해석된다. 물론 국민회의 측 박상천총무가 공식 제의한 것이지만 이날 3당3역회의에 앞서 자민련 측과 사전조율이 있었다는 점에서 결국 공감대 속에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박총무가 회의후"선거법은 여야 3당이 당내 이견을 해소하는 안을 만들지 않으면 타결이 어렵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밝힌 데서도 감지된다.

여권은 중복출마 카드를 통해 전국정당화 효과도 배가시킬 수 있는 이점을 갖게 된다. 소선거구로 내년 총선을 치르게 될 경우 대구·경북 등 지지기반 취약지에선 현역 의원들 조차 출마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또 중복출마를 하게 되면 득표율이 높은 후보들이 비례대표를 보장받으며 대거 지역구에 출마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이 점은 야당 측에도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카드는 여야를 막론,정치권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차원에서 비례대표 자리를 외부인사들에게 적극 배려하겠다던 당초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동시에 현역의원들의 기득권을 보장해 주는 수단으로 매도당할 우려도 내포하고 있다.

게다가 초·재선 의원들보다는 당내 중진급 의원들, 혹은 당내 보스의 측근들이 중복 출마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되고 신진 인사보다는 현역 의원이 우선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문제점이다. 또 지역구에 출마,낙선된 후보가 비례대표로 진출한다는 것은 유권자들의 뜻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같은 배경을 바탕으로 이회창총재는 4일 "마치 우리 당이 여당과 후보 이중등록에 관해 사전 묵계한 것처럼 흘리고 있다"며 여권과 언론 등에 화살을 돌리면서 "언론에서 유독 2중후보 등록만 부각시키고 있는 것은 여당의 저의를 의심케 하는 것"이라고 음모론도 제기했다. 이총재는 또 여야협상에 나서는 당사자들이 당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치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질책했다.

이총재의 강한 반대 의사 표시로 중복출마제가 여야협상을 거쳐 합의안으로 채택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徐奉大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