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법처리 방침 굳힌 듯

입력 1999-12-03 14:59:00

김태정(金泰政) 전검찰총장이 3일 급기야 대검청사에 소환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 전총장의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내부결론이 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사직동팀 수사지휘 책임자로부터 내사결과보고서를 전달받아 사실상 피의자측 인사인(私人)에게 건넸다는 사실관계는 본인이 이미 자인한 만큼 그것만으로도 범죄성립은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 관계자는 "형법 127조 공무상 비밀누설죄의 최근 판례는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고 말해 사법처리 방침이 굳어졌음을 시사했다.

남은 문제는 법무장관까지 오른 직전 검찰총수를 구속해야 하는 부담을 어떻게 감수하느냐에 달려있다.

검찰은 보고서 유출로 옷로비 의혹 사건이 일대 반전을 맞은 상황에서 김 전총장을 불구속 수사할 경우 거센 비난에 직면할 것을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전날 잇따라 열린 대검 간부회의도 진통을 거듭했으나 잠정적인 결론에는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총장에 대한 이런 강경한 분위기로 볼때 출두전의 '외압설' 주장은 오히려 검찰 내부의 불만을 고조시키는 계기로 작용했고 신병처리에도 불리하게 작용한 느낌이다.

검찰 관계자는 "외압설에 대해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고 말해 진상규명 차원에서 조사는 벌이되 신병처리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이런 정황을 종합하면 결국 김 전총장의 사법처리는 기정사실화된 듯 하고 앞으로 관건은 신병확보후 김 전총장을 둘러싼 의혹을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배정숙(裵貞淑)씨 측이 공개한 최초보고서 추정 문건의 입수경위와 외압설의 실체는 베일이 벗겨질 지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태다.

김 전총장은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더이상 파문을 촉발하지 않겠다"는 결단을 굳힌 것으로 알려져 두 의혹사항에 대해 모두 함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 전총장의 변호인인 임운희변호사도 2일 "김전총장은 외압설이나 배씨측이 공개한 문건의 출처에 대해서는 함구할 뜻을 굳힌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검찰로서도 김전총장이 전직 총수란 점을 감안하면 비록 신병확보가 되더라도 강제 수사와 추궁의 강도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그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고서 7항(건의) 누락도 유출·전달과정에 관련된 3자의 진술이 모두 엇갈리고 있어 쉽게 실마리를 풀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 전총장과 달리 박주선(朴柱宣) 전비서관의 사법처리 여부에 대해서는 검찰내부적으로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분위기다.

검찰은 박 전비서관도 곧바로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이지만 조직 내부의 동정론이 만만찮아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검찰 내외에서는 김 전총장의 보고서 유출로 결과적으로는 엄청난 파문이 일긴했지만 통상적인 측면에서 볼때 가벌성이 있느냐는 견해도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한 검찰출신 변호사는 "공무상 비밀누설죄의 경우 우선 보고서를 유출한 박 전비서관을 불러 유출경위를 조사한 뒤 김 전총장을 불러 조사하는 것이 수순인데 이번에 순서가 바뀐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검찰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에게 보고된 보고서의 성격및 유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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