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직도 정신 못차린 국회

입력 1999-12-03 00:00:00

49개의 법안이 통과 되던날 국회의장은 방망이 두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를 케이블TV로 지켜보던 국민들의 심정이 착잡했음을 국회의원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다. 이러한 벼락치기 통과도 국회의장이 "정족수가 모자라니 30분만 참아달라"고 읍소한 연후에 겨우 가능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벼락치기 통과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늘상 있어왔던 일이다. 그리고 통과법안을 위한 심의나 축조심의는 해당 상임위원회나 법사위에서 충분한 토론을 거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본회의가 찬반토론 없이 그렇게 벼락치기로 통과해 버린다면 본희의는 무엇하러 있느냐 하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본회의는 허수아비인가.

게다가 지금은 의원들의 세비도 올리고 국민여론에 따라 줄이려던 의원정수도 '없었던 일'로 하기로 한 '배신의 합의'을 한 직후가 아닌가. 무언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할 시점이었다. 그러나 의원들의 행태는 구태의연 했다. 세비인상이 더욱 아깝다는 국민의 지탄을 면하기 어렵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올해도 예산안은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그러고도 법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은 여야간에 모두 없는 것 같다. 원인이야 야당이 예산안 통과를 선거법등 정치관계법 협상과 연계시키는 전략때문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야당에만 그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여야 모두의 책임이며 책임의 무게를 따진다면 여당쪽이 더 크다. 왜냐하면 여당은 결과에 책임을 져야하는 집권당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니시어티브도 여당이 쥐고 있는 것 아닌가. 언제나 나는 옳으니 나를 따라오지 않으면 안된다는 독선과 오만을 버리지 않는 한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는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다.

특히 새해 예산안 심의를 하는 예산결산특위도 정족수문제로 항상 걱정인 모양이다. 이래서는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예산안을 어떻게 충분히 심의할 수 있을 것인가. 내년은 선거가 있는 해이다. 그러므로 선거와 관계된 효율성이 낮으면서 인기만 노리는 낭비성 예산은 깎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부별 심의는 길수록 좋은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실을 바늘허리에 매어서는 안되지 않은가.

"마음이 콩밭(표밭)에 가 있으니…"하는 자탄의 소리가 의원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그러잖아도 정치인 불신이 높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싸우기만 하는 국회에서 하나 더 붙어 싸우기도 하고 놀기도 하는 국회로 바꿀 것인가. 하늘만 무서운 것이 아니다. 국민도 무서운 줄을 국회의원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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