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回用 대화정치는 안돼야

입력 1999-12-02 14:36:00

여야가 모처럼 사라져버린 정치를 되찾아 놓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그 실마리를 여야 총재회담에서 찾으려고 하는 듯 하다. 이는 김대중대통령이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면서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서 대하고 야당 총재가 대통령도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존중하고 있다"면서 소위 책임론까지 내세우면서 대화를 모색하려는 노력에서도 나타났다. 그리고 야당인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도 '실종된 정치의 복원'을 주장하며 대화에 응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엄밀히 말해 총재회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정치풍토는 분명 후진적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총재회담으로 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을 보면 진정 우리의 정치는 후진적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의 정부 들어 이런 총재회담을 2번이나 했으나 정치발전에는 도움이 안됐다는 점이다. 이렇게 된 것은 지금까지의 총재회담이 어려운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기 보다는 어려운 정국을 넘겨보자는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것이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따라서 2000년을 앞둔 현 시점에서만은 이런 정치적 계산보다는 국가의 앞날을 위해 진지한 대화와 타협을 이루어 내는 큰정치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적 여망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적어도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총재회담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옷로비, 파업유도, 언론장악문건, 6·3재선거문건등 갖가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여당의 경우 대통령과 관계된 문제는 성역이 되어 도무지 타협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은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에서는 흔하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여당은 야당탓이라거나 기득권층의 반발이라든지 하는 '남의탓'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여당은 마땅히 그 결과에 책임지는 것이 올바른 자세이다. "발목잡는 야당때문에…" 라는 것은 자기변명일 뿐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정치력 부족을 증명해 주는 것 밖에 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여당은 정치를 밀어내고 고소나 고발에 의존하는 힘의 정치에 매달려 있는 한 그리고 옛날 야당식 체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벼랑끝 전술을 계속하고 있는 한 우리나라의 정치는 희망을 주는 정치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해주고 '야당총재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새삼 명언으로 치부하는 정도 밖에 안되는 정치수준은 이제는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내일 모래가 2000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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