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거짓은 가라

입력 1999-12-02 00:00:00

가라. 조건없이 가라. 거짓은 가라.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것은 거짓이지 않는 그 모든것. 그저 그것 뿐이다. 아이들이 들어도 웃을 그저 그런 거짓이지 않는 것들이 지금 우리들에게 진실로 요구되고 있을 뿐이다.

고리타분 하다고? 천만에. 도덕경 한 번 읽어 보자. 제38장이다. 훌륭한 덕(德)의 사람은 자기의 덕을 의식하지 않기 때문에 정말로 덕이 있는 사람이다. 훌륭하지 못한 사람은 자기의 덕을 의식하기 때문에 정말로 덕이 없는 사람이다. 더 읽어 보자. 훌륭한 덕의 사람은 억지로 일을 하지 않는다. 억지 일을 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훌륭하지 못한 덕의 사람은 억지로 일을 한다. 억지로 일을 할 까닭이 많기 때문이다.

무슨 까닭이 그렇게 많은가. 거짓 때문이다. 앞 뒤, 위 아래 없이 거짓을 감추려니 까닭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것 감추려면 저것 튀어 나오고 저것 감추려면 또 이것이 불거지고. 그러다보면 만신창이다. 그 몸으로 또 무엇을 감출게 있을까. 악순환의 거듭일 뿐이다.

이미 서 있는 중심에서 굳이 중심에 다시 서겠다고 했다. 중심에서 거짓을 지휘하겠다는것은 결코 아닐테다. 바로 잡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무엇을? 거짓을 더욱 거짓답게 바로 잡을것이란 말도 아닐 것이다. 하도 둘러댄 거짓들이 너무 많아 어느 거짓부터 매듭을 풀어야 할지 난감할게다. 그래서 지금 서 있는 중심에서 또 더 들어가 더 중심에 서겠다고 한것이다. 세상에 그런 중심이 있기나 한가.

중심에 선다고 해서 모든것이 자동으로 훤히 들여다 보이는것은 아니다. 그것에는 의지가 따라야 한다. 볼려는 의지다. 그것도 바로 볼려는 의지가 있어야 볼 수가있지 내 귀여운것 빼고 저 사람 귀여운것 빼면 솔직히 볼게 별로 없다. 보아야 할 일들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어도 그것은 보지 않으려는 의지 하나만 있으면 보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 그만이다.

과연 그만일까. 그것은 지금 이 순간만 그만일 뿐이다. 이미 우리는 숱한 과거로의 회귀에서 그 과거를 난도질 하는 잔뼈를 익혀 왔다. 몸서리 쳐 지도록 지겨운 과거의 몸살을 앓아 보았지 않는가. 그래놓고 또 과거에 사로잡혀 몇몇의 입가에 웃음기를 띠도록 해야 하는가. 아니다.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국민이 주인되는 정치를 국민과 함께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한 약속을. 그리고는 이미 여러차례 잘못을 사과하고 또 다시 하늘같은 백성들이라며 어루만지고 있다는 사실을. 어루만지기만 하면 되는 백성으로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죄송하다고 하면 모든 것이 마치 얼음 눈 녹듯 사라진다고 보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다시 도덕경을 읽어 보자. 제63장이다. 어려운 일을 하려면 그것이 쉬울 때 해야 하고 큰 일을 하려면 그것이 작을 때 해야 한다. 왜냐하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도 반드시 쉬운 일에서 시작되고 세상에서 제일 큰 일도 반드시 작은 일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인은 끝에 가서 큰 일을 하지 않는다.

실기(失機)를 하지 말라는 말이다. 문제는 이미 실기를 했다면 어찌 할것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당사자들은 그것이 실기를 했는지 어떤지 모를 일이다. 알아도 모른채 할것이고 정말 몰라서도 모른채 할것이다. 누가 가장 잘 알고 있는가. 백성이다. 아무리 줄이고 은폐하고 시치미를 떼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다만 알고 있다고 해서 내놓고 말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왜? 알만한 사람들이 알은채를 하지 않기때문이다. 당연히 알만한 사람들이.금방 뻗치면 손에 닿을 새로운 세기가 지척이다. 세계는 지금 다음 세기가 유토피아냐 디스토피아냐로 분분한 이 시점에서 우리는 거짓은 가라고 외치고 있어야 하다니. 미래학자들은 50여년 후면 아시아의 인구가 지구촌을 70%가량 덮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막강 아시아를 점친것이다. 중국의 위안과 일본의 엔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인도네시아의 루피화가 세계 최강의 통화반열에 낄것이라고 했다. 한국을 보는 시각도 통일과 민주주의의 발전, 경제 이 세가지가 해결되어야 할것으로 지적해주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에게는 민주주의를 해치는 온갖 거짓이 판치고 있으니 우울하다. 원화의 반열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는 또다른 우울이다.

거짓은 가라. 지겹다. 변산반도의 낙조와 함께 거짓은 먼 바다 깊숙이 묻혀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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