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다른 옷보고서 의혹 증폭

입력 1999-12-01 1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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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동팀이 작성한 옷로비 내사결과 보고서의 누락부분을 둘러싸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신동아그룹 전부회장 박시언(朴時彦)씨가 지난 26일 공개한 보고서와 달리박주선(朴柱宣)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29일 공개한 것으로 알려진 보고서는 '7.건의' 항목이 포함된 것 외에도 약물(인용부호)과 서체의 굵기 등이 달라 문건 변조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1일중 두 보고서 사본을 대검 과학수사과에 의뢰, 문서감정을 실시해 차이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키로 했다.

특검팀은 30일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에 보관중인 내사결과보고서 원본과 박씨가 공개한 사본을 대조한 결과, 박씨의 사본에는 최순영(崔淳永) 회장의 구속을 건의한'7항'이 빠진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보고서 유출에 관련된 당사자들은 서로 상대방을 누락 또는 변조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보고서의 누락된 부분이 이 사건의 본질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누락·변조의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 당사자는 법적·도덕적으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될 것으로보인다.

◇'고의 누락'공개 주장=박 전비서관은 박씨가 자신들에 불리한 부분을 고의로 누락한채 언론에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비서관은 특검조사후 "강한 의심이 든다. 왜 누락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면 공개한 배경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이미 구속됐었기 때문에 누락 부분이 신동아측에 전혀 불리한 내용이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박씨는 "그 대목이 포함돼 있을수록 우리에게 유리하다"며 "옷사건 때문에 최회장이 구속됐을 것이라는 심증을 더욱 굳혀주는 결정적 내용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사후 '변조' 주장=박씨는 "보고서가 사후에 조작됐을 것"이라며 "문건이 원본이 아니라는 사실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그랬을 것"이라고 박 전비서관을 겨냥했다.

우선 자신이 공개한 보고서에는 인용부호가 낫표('')로 돼있는데 박 전비서관이 공개한 보고서는 겹낫표("")로 돼있다는 점과 문건의 글꼴과 서체 굵기도 다르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박씨는 또 △두 보고서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6개 항목은 문장이 '…반환','…없었음'등의 명사형으로 끝나는데 반해 마지막 7항은 '…사료됩니다'는 술어체로 돼있다는 점 △'7.건의' 항목은 검찰총장 부인관련 비위첩보라는 문건주제와 상관없는 엉뚱한 내용이라는 점 등을 들었다.

박씨는 "박 전비서관이 내가 보고서를 갖고 있는 것을 알고 부하를 시켜서 보고서 사본을 가져간 뒤 나를 만나 확인까지 했다"면서 "사후에 다른 보고서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태정(金泰政)전 법무장관의 누락 가능성=김 전장관이 이 부분을 가리고 복사한 사본을 박씨에게 건네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전장관이 옷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최회장을 구속했다는 인상을 주기 않기 위해 그 부분을 누락시킨 사본을 건네줬다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김 전장관의 변호인인 임운희 변호사는 "김 전장관이 보고서 일부 항목이 누락됐다는 보도를 보고 '동아일보에 처음 났을 때는 그 부분이 없었던가'라고 반문했다"며 "김 전장관은 박 전비서관으로 부터 받은 보고서엔 분명히 마지막 부분에 '7.건의'항목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으며 보고서 그대로 박씨에게 읽어보라고 건네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씨 사신 내용은

'검찰총장님 전상서'로 시작되는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의 편지는 사직동팀 조사와 이형자(李馨子)씨의 청와대 로비 등을 주요 내용으로 연정희(延貞姬)씨가 억울하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편지내용으로 미뤄 정씨는 1월16일 라스포사로 찾아온 특수대(사직동팀) 소속 2명으로부터 1시간30분 동안 여러 내용을 추궁당한 뒤 다음날인 17일 김태정(金泰政)총장의 집을 방문했다 만나지 못하고 바로 편지를 쓴 것으로 보인다.

사직동팀은 16일 정씨를 상대로 연씨 등 고관부인들이 몇번이나 왔고 무엇을 사갔는지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것으로 묘사돼 있으며 특히 라스포사에 오기전 이미 배정숙(裵貞淑)씨를 만나고 온 것으로 돼 있다.

특히 '총장 사모님이 자술서 써주라는 날','자술서 쓰는 날' 등의 표현이 사용된 것을 보면 연씨가 자술서를 요청한 시기는 늦어도 15일 이전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는 이형자씨가 내사착수 시기가 1월8일께라고 주장한 점까지 함께 감안할 경우 1월15일이라는 사직동팀 발표에 착오가 있을 수 있다는 의혹에 무게를 실어준다.정씨는 연씨에게 배달된 반코트와 관련, "고마움으로 그냥 드리고 싶었지만 받지 않을 것 같아 150(만원) 정도에 해 드리려고 말도 안하고 넣어드렸는데…"라고 속내를 털어놓았으며 사직동팀 추궁에는 "반품됐다"고 설명한 것으로 돼 있다.

'150'은 지난주 김 전총장과 특검에 자진출두한 연씨가 밝힌 금액과 일치한다.

영부인을 향한 이형자씨의 로비시도도 나오지만 이씨를 비난하는 내용이 많다.

정씨는 이씨가 청와대에 줄 육포와 편지를 갖다 달라길래 거절했더니 그 다음날 전화로 말을 바꾸며 항의해 고성이 오갈 정도로 말다툼이 있었다고 예를 들었다.특히 이씨의 청와대 로비시도와 관련, "신동아 사건은 무혐의라는 점을 알려달라고 하더니 이씨 자신을 소개한 책자를 전해달라고 부탁했고 나중에는 영부인과의 독대까지 부탁했다"고 정씨는 전하고 있다.

정씨는 말미에서 제가 우리집 격을 높이려고 장관 부인들에게 옷 권한게 잘못이라며 "제가 무엇을 잘못한지 압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로 끝을 맺고 있다.

---김태정씨에 보낸 정씨 사신

검찰총장 전상서

저는 오늘 저녁 댁으로 제 후배인 최모 권사와 함께 간 정일순입니다. 뭔가 말씀을 드리면 오해가 풀릴 것 같았습니다. 저 때문에 사모님 야단 맞으시고… 총장님 모략받으시고.

1월16일 토요일 오후 특수대에서 남자 두명이 찾아와 몇명이 왔냐고 해 행자부, 통일부, 총장 사모님, 작가 등 여러명이 왔다고 했습니다. 뭘 사가고 몇번 왔냐고 해 세번밖에 안 만났고 했습니다. 첫날은 안 사고 두번째 왔을 때 티켓으로 50% 할인해 두벌 줬다고 하니까 방금 통일원 장관댁에 갔다 왔는 데 밍크코트를 사갔다고 들었다며 계속 물어 왜 반품한 것을 따지냐고 제가 화를 냈습니다. 그랬더니 1천370만원짜리라고 통일부 장관 부인이 말했다고 해 '거짓말 시키지 마라. 그건 롱코트다'고 했더니 보자고 해 재고를 안남기기 위해 반품했다고 했습니다.

대통령 선거때 총장님이 정확히 심판을 내려 틀림없이 우리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겠다고 마음으로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때 그 고마움이면 그냥 드리면 받지도 않을 것 같아 흥정은 나중에 아주 저렴하게 한 150(만원)정도 해서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직원이 말도 않고 넣어드린게 이렇게 큰 사건으로, 1천370만원짜리 3천500만원 짜리 투서로 변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통일부 장관 사모님은 제가 거짓말을 했다고 막 화를 냈어요. '행자부 아우가 보니까 총장 사모님이 밍크 반코트 입었더라'고 하면서 반품 안 한 것을 했다고 (사직동팀에서 내가 진술했다며) 서운해 했습니다. 그렇지만 분명 반품했습니다. 솔직히 따님 혼사가 있다고 해서 결혼 옷, 약혼복 다 우리집에서 하고 싶어 잘해 드렸는데 엉뚱한 구설수에 말리고. 사모님과는 이게 다입니다. 티켓 1장뿐입니다.이형자씨가 저한테 청와대 사정에 영부인께서 비밀리에 총장 부인을 내사시켰다고, 곧 있으면 자기네는 무혐의로 떨어진다고 했습니다. 전에는 청와대에 목사님들이 들어가서 이말저말하니 (영부인이) 검찰총장 부인 자질이 틀렸다며 혼내주라 그랬다는 말을 했는데 영부인께 물어보니 오지도 않았다고 그러시대요.

하루는 육포하고 편지를 써놨으니 청와대에 갖다주랍니다. 그래서 난 편지나 음식은 안 전하고 싶다고(혹시 음식 먹고 병날지도 모르고) 거절했습니다. 이형자씨는 10년전부터 알았는데 하도 찾아와서 외화밀반출이 아니라는 것을 (영부인에게)말씀드려주고 자기 소개책자를 전해주라고 했습니다. 구국기도회를 하니 선교원에 오셔서 간증해 달라고 부탁했고 또 영부인 독대를 부탁했습니다. 이분들은 신도들만 믿고 검찰은 위에서 누르면 된다는 식입니다. 여사님께 말 전달 정도 이상 도운 것은 없습니다. 제가 우리집 격 높이려고 장관부인들한테 옷 권한게 새 고객 찾으려고 노력한게 잘못인가 봅니다.

1999년 1월17일 라스포사 정일순 올림

---연씨 연질받고 황금히 반코트 반환한 듯

사직동팀 내사결과보고서 유출문제로 사법처리 위기에 몰린 김태정(金泰政) 전 검찰총장과 박주선(朴柱宣)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옷로비 의혹에 대한 사직동팀의 내사 착수 이전부터 내사관련 정보를 주고받았다는 의혹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이런 의혹은 사직동팀의 조사시점에 대한 관련자들의 진술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박 전 비서관은 29일 최병모(崔炳模) 특검팀에 출두한 자리에서도 "옷로비 의혹사건에 대해 사직동팀이 본격 내사에 착수한 날은 지난 1월15일"이라고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했으나 강인덕(康仁德) 전 통일부 장관 부인 배정숙(裵貞淑)씨와 최순영(崔淳永) 전 신동아그룹 회장 부인 이형자(李馨子)씨는 지난 8월 국회 청문회에서 진술한 것처럼 여전히 "사직동팀의 첫 조사가 1월8일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특히 배씨의 경우 1월8일 당시 사직동팀 조사요원 2명을 집 부근 식당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다 주위 사람들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그들을 집으로 데리고 와 조사를 받았으며 가족들도 조사장면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최회장의 부인 이형자씨도 '1월8일 선교원에서 조사받았다'는 종전의 주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이들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사직동팀의 실질적인 내사 착수시점은 1월15일이 아니라 이보다 1주일전쯤인 1월8일 전후로 봐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맥락에서 김 전총장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가 1월8일 호피무늬 반코트를 라스포사에 반환하게 된 배경에도 자연스레 의혹의 눈길이 쏠린다.

연씨가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반코트를 외상구입한 것으로 드러났고 반환하기 하루 전날인 1월7일에 반코트를 입고 포천기도원을 방문했다는 것이 김정길(金正吉) 전 청와대 정무수석 부인 이은혜(李恩惠)씨의 진술이고 보면 '몰래 배달돼온 사실을 뒤늦게 알고 반환하게 됐다'는 연씨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무엇보다 옷가게에 반환할 옷을 입고 다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이런 정황을 놓고 보면 연씨는 적어도 7일까지는 자신의 반코트 구입에 대한 사직동팀의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하다가 7일밤과 8일 아침 사이에 사직동팀의 동향에 대한 '모종의' 언질을 받고 황급히 반코트를 반환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사직동팀이 라스포사 매장에서 연씨 등 장관급 부인 3명과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를 동시조사한 1월18일에 보였던 연씨의 행적도 그녀가 사직동팀의 내사동향을 알고 있었다는 심증을 더욱 굳혀주는 사례다.

연씨는 18일 아침 일찍 라스포사 매장을 찾아가 여직원 이혜음씨에게 "조금 있으면 조사요원들이 올텐데 남편의 앞길을 망칠 수 있다"며 울면서 판매장부상의 반코트 판매일과 반환일을 고쳐줄 것을 부탁한 것으로 특검팀의 조사결과 드러났다.연씨는 또 김 전 정무수석 부인 이씨에게도 같은날 오전 전화를 걸어 "라스포사에서 조사를 한다고 하니 쇼핑날짜 문제를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밝혀져 사직동팀의 내사일정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누가 사직동팀의 움직임을 연씨에게 미리 알려줬느냐는 의문이 생긴다.배씨측이 지난 22일 공개한 '사직동팀 최초 보고서' 추정문건은 이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배씨와 연씨 등의 진술내용이 담긴 이 문건은 수기(手記)로 적힌 '조사과 첩보'라는 글자아래 역시 수기로 '1월14일'로 돼 있어 출처가 사직동팀이고 조사가 1월15일 이전에 이뤄졌음을 암시한다.

연씨는 이 문건을 라스포사에서 사직동팀의 철야조사를 받고 귀가한 1월19일(혹은 20일·김전총장은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음) 남편인 김 전총장으로부터 받았고 21일 한국병원을 찾아가 입원중이던 배씨에게 거세게 항의하며 건네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김 전총장이 사직동팀의 내사동향을 부인인 연씨에게 알렸다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라스포사 사장 정씨가 연씨의 반코트 구입경위 등을 해명하는 내용의 사신을 지난 1월17일 김 전총장에게 보낸 것도 사전에 남편으로부터 질책을 받은 연씨의 부탁을 받고 보낸 것으로 밝혀져 김 전총장이 사직동팀의 내사사실을 사전감지하고 있었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김 전총장이 사직동팀의 내사결과 보고서까지 박 전 비서관으로부터 입수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연씨의 고급옷 구입문제를 다룬 사직동팀의 내사동향이 본격적인 내사 착수시점 이전부터 박 전 비서관-김 전총장-연씨간의 커넥션에 의해 청와대 밖으로 새나갔다는 관측을 뒷받침하면서 사직동팀 내사착수 시점이 1월15일이라는 박 전 비서관의 주장에 의문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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