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검찰이 로비 주타깃

입력 1999-11-30 14:30:00

옷 로비 의혹사건에 대한 특검수사를 계기로 신동아측이 최순영 회장의 외화밀반출 혐의에 대한 검찰수사 무마를 위해 청와대와 여권을 비롯, 검찰 고위층을 상대로 치밀한 전방위 로비를 펼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도 최근 자신과 부인 이희호씨에 대해 집요한 로비시도가 있었지만 이를 물리쳤다고 밝힌 바 있어 최씨 구명을 위한 최씨 측근과 가족, 그리고 그룹 차원의 로비는 상상을 뛰어넘는 정도로 이뤄졌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29일 옷로비 특검팀에 자진출두해 조사를 받은 박주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은"신동아그룹 전 부회장 박시언씨가 지난해 6,7월께 외자유치를 위해 상담중이니 최회장 사법처리를 연기해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해온 데 이어 지난 5, 6월께도 역시 전화로 최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형량을 낮춰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신동아측의 구명로비 사실을 시인했다.

이러한 사실은 신동아측이 검찰 수사초기부터 최회장 구명을 위해 단계별로 조직적으로 벌여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신동아의 로비의혹은 최씨가 구속된 지 3개월후인 지난 5월 신동아측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이정보(李廷甫)-이수휴(李秀烋) 전 보험감독원장, 홍두표(洪斗杓)전KBS사장 등이 검찰에 잇따라 구속되면서 희미하나마 윤곽이 드러나는 듯 했으나무슨 이유때문인 지 갑자기 수면아래로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최회장이 자신의 분신인 대한생명을 지키기 위해 과거 자신의 로비에도 불구하고 돌봐주지 않은 인사들만 지목하면서 이용가치가 있는 인사들에 대해서는 입을 닫은채 모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이른바 '최순영리스트'가 나돌아 정.관계를 떨게 했다.

특히 최 회장은 1심 공판에서 90∼98년 1천124차례에 걸쳐 대한생명 공금 880억3천만원을 횡령한 혐의와 관련, "대부분을 주식 매입에 사용했지만 공금중 일부는 용도를 밝히기 어려운 곳에 사용했다"고 밝혀 의혹을 증폭시킨 바 있다.

옷 로비 의혹 사건에 대한 사직동팀 내사결과보고서 유출을 계기로 '최순영 리스트'외에 '이형자 리스트'와 '박시언 리스트'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그럴 듯한 추측까지 난무하고 있다.

실패한 로비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는 '이형자 리스트'에는 현재까지 영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와 김태정(金泰政) 전 검찰총장 부인 연정희(延貞姬)씨가 최우선순위에 올라 있다.

사직동 내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11월7일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에게 최씨에 대한 선처 명목으로 밍크코트 1벌을 영부인에게 선물해 달라고 부탁하고 같은 해 12월17일에는 육포와 편지를 전해달라고 부탁했으나 거절당한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지난해 10월에는 이 여사가 참석한 사랑의 바자회에 참석하는가 하면 12월에는 이 여사의 출판기념회장을 63빌딩에 유치하는 등 이 여사와 접촉하기 위해 집요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또 당시 검찰총장 부인이던 연씨에게 지난해 추석무렵 전복을 보냈다가 되돌려받은 후 선처명목으로 고급 옷을 선물하려 했고 이 과정에 통일부장관의 부인 배정숙(裵貞淑)씨가 '다리'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씨는 이처럼 권력 심장부의 '안방마님'들을 로비대상으로 삼는 한편 지난해 12월에는 종교계 거물들까지 동원, 최회장의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만드는 등 청와대를 설득하려는 '양동작전'을 펼쳤다.

반면 지난해 6월 신동아그룹 부회장으로 영입된 박시언(朴時彦)씨는 학연과 지연을 총동원, 현 정권에 포진한 인맥을 활용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특히 최회장 수사와 관련된 검찰 수뇌부가 박씨의 '주타깃'이 됐다.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만 해도 신동아측으로서는 '호랑이굴'에 해당하는 김 전총장의 집무실에 여러차례 드나들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수사지휘 검사였던 당시 서울지검 3차장을 만나러 왔다가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박씨의 로비는 지난 2월 최회장의 구속으로 실패한 셈이 됐지만 외자유치건으로 수사가 일시 보류되는 등 구속을 늦추는데는 모종의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에 대해 박씨는 "그룹 부회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고 생각하며 결코 금품을 사용한 적이 없다"며 합법적 구명운동이었음을 강조했으나 더 이상의 로비 대상의 유무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어 검찰 조사가 어느 수준까지 신동아 로비의 실체를 밝혀낼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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