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규하 약사의 논리에는 비약이 있고 필자와도 많은 견해 차이가 있습니다.
약의 오.남용은 '보사편람'에 의하면 97년 수입 약품을 포함한 의약품의 총 소비금액 7조6천522억원 중 병의원이 2조5천421억원을, 개업 약국이 5조1천101억원을 쓴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류약사는 병의원에서 항생제, 스테로이드를 오.남용한다고 했는데, 오히려 병의원에서는 항생제의 내성 여부를 고려, 꼭 필요한 약을 골라 쓰되 영씨의 법칙(Young's Rule)계산법에 의하여 체중 kg당 몇 mg이라는 원칙에 준하여 처방을 냅니다. 그러나 약국에서는 짐작만 하고 이것저것 많이 섞어 투망식으로 조제를 하고 있어 병의원과 약국간의 약첩의 부피가 이것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신경통환자에게 스테로이드를 무분별하게 사용한 나머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또 항생제로 인해 두드러기나 발진이 나서 병의원을 찾는 환자가 의외로 많습니다. 의사처방전이 공개되면 오.남용이 사라진다고 한 것은 설득력이 없고, 의사 처방 없는 임의 조제를 근절해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약의 오.남용은 비단 전문의약품 뿐 아니라 일반약품도 해당됩니다.
약사법 21조 4항에 '전문의약품을 조제할 때는 의사의 처방전에 의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대한 변호사협회에 법 해석을 의뢰한 바 '일반의약품은 의사 처방 없이도 조제 가능하다'라는 유권해석이 나왔습니다(99년11월9일자).
세계각국의 일반의약품 비율은 일본이 15.6%, 독일 18%, 영국 20%, 미국이 25%인데 비해, 한국은 39.1%에 미분류약 4.6%를 포함하면 43.7%로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여기에는 의원급에서 쓰는 감기, 설사, 위장약, 일부 항생제 등 85%가 여기에 속합니다. 이것을 약국에서 임의조제한다면 약의 오.남용은 물론, 의약분업을 할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의사와 약사의 임무가 구분되어 있지 않습니다. 의사는 진찰과 처방을, 약사는 의사처방에 의한 조제및 복약지도인데도 불구하고, 진단학상 진찰의 5단계, 즉 문진(問診), 시진(視診), 촉진(觸診), 청진(聽診), 타진(打診)중 가장 중요한 문진을 약국에서 하고, 일부이긴 하나 체온계, 혈압계를 비치하여 임의조제, 투약하는 것은 의료법상 분명히 진료행위입니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약으로 인하여 환자에게 문제가 조금이라도 생기면 곧바로 소송이 제기되기 때문입니다. 일반약품을 재분류하자는 것이지 박카스, 팜피린을 팔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대체조제 및 약화사고의 책임한계 설정, 무엇보다 정부의 의약분업에 소요되는 재원 확보 등이 선행된 연후에, 완전의약분업을 함으로써 의사나 약사가 공히 살길이 생긴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박상곤(소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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