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불신 키운 낙동강 살리기 제안서

입력 1999-11-27 00:00:00

"성서공단을 국가공단으로 지정해요? 농담이겠죠"

대구시의 한 공무원은 25일 위천단지 철회와 성서공단 지역의 국가공단화를 주장한 '낙동강 살리기 공동제안서'가 발표되자 이같이 말한 뒤 허탈하게 웃기만 했다. 어이가 없다는 뜻이다. 이 공동제안서의 한 축이었던 대구지역 환경단체 영남자연생태보존회는 부산에서 '용기있는 소수의 목소리'로 추켜올려진 반면 대구에서는 '배신자'로 매도되기까지 했다.

대구시 공무원의 주장대로 부산 환경단체인 낙동강공동체의 '성서공단 국가공단화론'은 함량미달에 가깝다. 성서공단은 내년 말까지 총 320만평이 모두 개발 완료되는 상태로 공장부지가 모자라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시의 입장에서는 국가공단화할 필요성이 전혀 없는 지역. 낙동강공동체는 양지역 최대 현안인 위천단지 문제를 거론하면서 대구지역의 공단현황에 대한 기초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는 불성실한 태도를 가감 없이 드러내 대구시민들의 불쾌감만 증폭시켰다.

부산지역 언론이 이 문제를 다룬 방식도 문제다. 사실 공동제안서 중 대구 영남자연생태보존회가 작성한 부분은 당국의 낙동강 관리 부실에 대한 비판이 주된 내용. 그러나 부산지역 언론들이 "대구지역 시민단체도 위천단지를 반대한다"는 식의 여론몰이에 나서자 영남자연생태보존회는 부산지역의 주장에 들러리나 서는 꼴로 비쳐지게 됐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영남자연생태보존회는 "부산지역 언론들이 지나치게 위천단지 문제만 부각시켜 낙동강 문제 전반이 지역간 감정싸움에 휘말리게 됐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다.

결국 이번 '공동제안서'는 실패작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낙동강문제의 두 주체인 대구-부산 지역에 진지하고 냉정한 논의의 틀을 마련해주기는커녕 상대방에 대한 오해와 불신만 키우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대구시도 26일 낸 성명서에서처럼 특정 환경단체를 겨냥, 시의 전반적 시책사업에 대한 참여기회를 차단하겠다는 식의 엄포를 놓다가는 부산지역의 반발만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감안, 지역내 반대여론까지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이 종 태 사회1부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