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金泰政) 전 법무장관이 24일 부인 연정희(延貞姬)씨에게 옷 로비 의혹과 관련된 내사보고서를 건넨 사실은 인정했으나 정확한 출처를 밝히지 않아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김씨는 이날 옷 로비 특검 사무실에 연씨와 함께 출두, 조사를 받기직전 기자회견을 갖고 "문제의 문건을 (자신이) 아내에게 준 것은 맞지만 문건출처는 밝힐 수 없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21일 연씨가 강인덕(康仁德) 전 통일부 장관 부인 배정숙(裵貞淑)씨에게 건넨 문건의 1차 출처는 김씨로 확인된 셈이지만 김씨가 문건을 입수한 경위와 출처에 대한 베일은 벗겨지지 않았다.
김씨는 그러나 당시 여러 루트의 첩보망과 정보망을 갖고 있는 검찰총장이었고 자신에 대한 음해성 루머가 많아 이와 관련된 루머는 즉시 보고되도록 했었다고 말해 출처를 짐작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일단 문제의 문건은 검찰이 자체 정보망을 통해 내부적으로 취합한 정보나 경찰등 수사기관의 첩보보고서를 가공해 검찰총장인 김씨에게 보고했다는 추론에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 경우 검찰이 조직적으로 사직동팀 내사동향에 관한 정보를 면밀히 수집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에 당시 검찰총수이던 김씨는 법적으로는 몰라도 도덕적으로 치명상을 입게된다.
실제로 배씨측이 폭로한 3종의 문건은 문건내용의 형식이나 문건에 쓰인 약물부호 등으로 미루어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이 작성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씨가 '조직의 장래'를 생각해서 문건의 출처를 안밝히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한 대목도 검찰조직을 통해 문건을 입수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검찰이 사직동팀의 협조를 전혀 받지 않은 상태에서 사직동팀 내사상황을 비교적 자세하게 담은 문건을 독단적으로 작성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즉, 검찰 정보라인에서 사직동팀 관계자로부터 총장 부인에 대한 내사상황에 관한 정보 또는 보고서를 전달받아 이를 바탕으로 문건을 작성, 총장에게 직보하는 경로를 밟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의 박주선(朴柱宣) 법무비서관이 지휘하는 사직동팀이 문건을 작성해 검찰내 제3자를 통해 재가공 과정을 거쳐 김씨에게 보고토록 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측면에서 김씨가 문건의 작성처와 관련, 잘 기억이 안난다면서도 "사직동팀은 아니다" 고 강하게 부인한 것도 검찰과 사직동팀간의 연계의혹을 차단하기 위한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
김씨가 문건의 출처와 유통경로를 파악하는 데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조사과 첩보'라는 가필을 누가 했는 지 여부에 대해 불분명한 태도를 보인 것도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가필 부분에 대해 "딸들이 보고 내 글씨 같다고도 하고 아닌 것 같다고도 하더라. 받으면서 내가 쓴 건지, 이미 써져 있었던 것인지 기억이 알쏭달쏭하다" 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자신의 부인과 관련된 보고서에 가필을 했는 지 여부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의 주장에는 진실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깔려있지 않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한 필요하다면 필적감정을 해보고 싶다는 그의 발언은 문건의 출처가 이번 수사의 본류가 아닌 지류라는 입장을 견지하는 특검팀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계산한 발언일 가능성도 있다.
그가 여러차례로 나눠 3종의 문건을 받았고 문건의 성격이 공적인 문건이 아니라 개인적인 문건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한 것도 사실상 책임회피용 발언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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