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다툼의 도리

입력 1999-11-24 14:24:00

가끔, 존재하는 모든 것이 수단의 힘에 굴복하여 버린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세상을 너무 비뚤게만 바라보아서일까.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세상이다.

덕을 갖춘 군자는 천하를 이롭게 하는 일이라면 자신의 생각이나 이익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줄 안다. 그러나 소인은 그 일을 함으로써 천하에 고루 이익을 나누어 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 아니라면 결코 하지 않는다.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갈등과 다툼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기에 혼란을 다스리고 원망을 풀어주는 사람도 있어야 세상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편안하게 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세상사람의 마음을 밑바닥부터 흔들어 버리니 힘 없는 민초가 무슨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

옳은 것은 누가 옳다고 하지 않아도 옳고, 그른 것은 누가 그르다고 하지 않아도 그른 것이다. 모두가 자신은 옳은데 상대방만 그르다고 용맹스럽게 삿대질을 해댄다. 그 통에 정작 가리고 밝혀야 할 시급한 일은 뒷전으로 물러나 앉아 버린다.정녕 옳은 것을 찾기 위해서라면 따질 것은 따지고 가릴 것은 가려야 한다. 싸워야 할 경우에는 생사를 걸고 싸워야 한다. 위선과 거짓말을 발붙이지 못하게 하고, 참된 것을 오롯하게 드러내기 위한 싸움이라면, 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도리어 나무랄 것이다.

덕이 없으면서 자리가 높으면 재앙이 이른다고 했다. 덕이 없는 사람은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부나비가 불꽃에 날아들 듯 꿀처럼 달게 여겨 달려든다. 제 몸이 사그라지는 것이야 제 업보니 굳이 상관할 바 없지만, 해악이 제 몸에만 그치지 않고 온 천하에 미치는 것이 문제다.

'수신(修身)'이니'제가(齊家)'따위를 들먹일 필요도 없이 제 몸부터 추스르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그리운 시대이다. 김성범.정동서당훈장.철학박사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