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와 21세기-이야기로 풀어 쓴 '노자의 생각'

입력 1999-11-23 14:08:00

'노자(老子)'는 도올 김용옥씨가 가장 오랫동안 강의해 온 과목이다. 그래서 그는 평생 '노자'를 강의했다고 말한다. 지난 89년 그동안의 강의 내용을 정리해 '길과 얻음'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첫 노자 번역서를 냈다. 이후 10년만인 최근 노자에 대해 누구나 알아 듣기 쉽게 강의식으로 번역한 '노자와 21세기'(통나무 펴냄)를 다시 펴냈다.

도올의 두번째 노자 도덕경 번역서인 '노자와 21세기'는 위나라때 사상가 왕필(王弼) 주석에 기본을 두고, 마왕퇴(馬王堆) 백서와 곽점(郭店) 죽간본의 연구성과를 반영했다. 최근까지의 세계적인 연구성과들을 집약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어떤 역서와도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백서는 73년 중국 호남성 마왕퇴 한(漢)대 분묘에서 출토된 비단책으로 된 '노자'이고, 죽간본은 93년 호북성 곽점촌의 전국시대 분묘에서 출토된 노자 죽간(竹簡)을 말한다. 이번 번역서에는 이 죽간본을 텍스트로 한 연구성과를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노자의 생각을 전달하려는 취지에서 이야기 중심으로 대중에게 쉽게 접근하는 방식으로 서술했다.

흔히 노자를 '지혜의 서(書)'라고 한다. '금강경'이 인도의 지혜를 대표하는 책이라고 한다면 '노자'는 중국의 지혜에 관한 대표적인 책이다. 저자는 노자에 대해 "노자는 하나의 사상체계가 아니라 우리의 삶에 이미 수천년동안 배어있는 지혜요, 생활태도며, 사고방식"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노자철학의 핵심은 무엇일까. 도올은 '가치론'에 있다는 가설을 세운다. 노자철학은 우주의 도에 관한 현학적 사유, 즉 객관적 세계의 궁극적 진리에 관한 포괄적 이해를 지향한 것이 아니라 "인성에 기초한 가치의 문제, 즉 수도(修道).수신(修身)을 중심과제로 하는 인간론의 소박한 성찰"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노자의 사상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경향을 '환경론(에콜로지)적 관심'이라는 현대어를 빌려 표현하고 있다. 즉 자연과 자연스러움에 대한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다. 또 노자철학은 반문명적이며, 반주지주의적이며, 반권위주의적이며, 반제도적이며, 반남성주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가 인간 내면의 보편적 가치를 통해 스스로 드러나게 만드는 것이 노자철학의 중심이라는 것. 도올은 이런 노자사상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명료하게 들여다 본다. 또 나름대로 처방을 제시한다. '발전' '개발' 중심으로 살아온 20세기 역사를 되돌아보게 하며, 21세기적 가치를 제시한다. 저자는 21세기 인류의 3대 과제로 인간과 자연환경의 화해, 종교와 종교간의 화해, 지식과 삶의 화해를 들었다. 이는 노자를 이해하는데 핵심적인 문제의식을 형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노자 강해서의 내용은 22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매주 4회(월~목요일 밤 10시40분), 총 56회 방송되는 'EBS 밀레니엄 특강' 사상강좌에서 도올의 목소리로 직접 들을 수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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