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 '문건'입수·전달 경위

입력 1999-11-23 00:00:00

강인덕(康仁德) 전 통일부 장관 부인 배정숙(裵貞淑)씨측이 22일 공개한 문건이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면서 문건의 전달경로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건을 공개한 배씨측 변호인 박태범(朴泰範) 변호사는 "지난 1월21일 배씨가 안국동 한국병원에 입원중일 때 김정길(金正吉) 청와대 정무수석 부인 이은혜(李恩惠)씨와 함께 찾아온 연정희(延貞姬)씨로부터 전달받은 것"이라며 문건이 배씨의 사위집에서 발견된 것에 대해서는 "당시 배씨가 입원중이었기 때문에 딸에게 맡겼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씨는 병원 방문시기가 1월21일로 사직동팀의 내사가 이미 3일전 끝난 점을 들어 연씨가 문건을 전달한 것이 배씨와 말을 맞춰 사실을 은폐하려 했던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당시 연씨는 무척 화가 나 있었으며 배씨에게 따지러 가는 길에 먼저 차안에서 이씨에게 문건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씨는 연씨의 신분으로 볼 때 이 문건을 '검찰보고서'쯤으로 짐작했다고 한다.연씨는 문제의 문건을 배씨등에게 보여주면서 "당신들이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당시 병원에는 정일순(鄭日順)씨가 와 있었고, 나중에 병실로 들어 온 강 전장관도 이 문건을 읽어봤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씨는 문제의 문건 때문에 누군가로 부터 심한 질책을 받았으며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위해 배씨나 정씨에게 '해명'을 요구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연씨가 문제의 문건을 어떤 경로로 입수했는지 의문이 생긴다.

이에대해 배씨측은 최초 출처를 단정할 순 없지만 적어도 추정은 해볼 수 있는 언급을 했다.

박 변호사가 "배씨 말로는 연씨로부터 문건을 전달받을 때 연씨가 '이 보고서는 사직동 첩보 내사보고서'라는 뉘앙스로 말했다고 한다"고 언급한 대목이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배씨측이 공개한 문건의 양식 등이 다르다는 점등을 내세워 배씨측이 공개한 문건이 사직동팀 보고서는 아니라고 단정했다.

청와대측은 "배씨측이 공개한 문건에는 '조사과 첩보'라는 수기(手記)로 적힌부분이 있으나 사직동팀이 작성하는 양식에는 그런 것이 없으며 작성날짜가 수기로 돼 있는 것도 사직동팀 문건이 아니라는 점을 반증해 준다"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이 문건은 사직동팀의 보고서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사직동팀이 조사한 내용을 사후 파악한 내용을 담은 문건이라고 볼 수 있다.

사직동팀의 조사내용이 어떻게 유출됐는지, 누가 이 문건을 작성해 연씨에게 전달했는지는 아직 오리무중인 셈이다.

이에대해 연씨측은 "모든 진상은 특별검사 앞에서 밝힐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문건입수 경위에 대한 특검팀의 조사가 드러날 경우 또 한차례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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