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씨 공개문건 내용

입력 1999-11-23 00:00:00

배정숙(裵貞淑)씨가 지난 1월 김태정(金泰政) 전법무장관 부인 연정희(延貞姬)씨로부터 건네 받았다는 문건을 22일 전격 공개해 옷로비 사건이 또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특히 이날 배씨측 박태범(朴泰範) 변호사가 공개한 이 문건에는 검찰조사나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과는 다른 충격적인 내용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사건전개 상황에따라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총장 부인 관련 유언비어','유언비어 조사상황','조사과 첩보'라는 제목으로 구성된 이 문건은 정식 보고서 형식은 아니지만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내용을 짤막짤막하게 요약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어 사직동팀이 연씨와 관련된 세간의 소문을 최초 내사한 것임을 짐작케 하고 있다.

또 문건에는 1월14일, 1월18일 등의 작성일자가 명기돼 대체로 사직동팀 내사착수 시점과 일치하고 있다.

문건의 내용 중에는 '유언비어 조사상황'부분에 나오는 배정숙.이은혜씨 등의 진술요약이 가장 눈에 띈다.

문건에 따르면 배씨와 이씨는 "라스포사에서 밍크반코트를 여러사람이 돌려입고 연씨가 가장 잘 어울린다는 의견들이 있어 연씨가 외상으로 구입해 간 것"이라는 진술한 것으로 적시돼있다.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가 밍크반코트를 몰래 승용차 뒷트렁크에 실어보냈다는 연씨의 기존 주장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대목이다.

또 라스포사 직원 이혜음씨도 "연씨가 사가기로 해 투피스 한벌과 함께 포장해주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검찰조사와 청문회에서 연씨 편을 들었던 정씨 조차도 "값이 얼마냐고 물어 일단 가져가면 다음에 얘기해 주겠다고 했더니 구입해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돼 있다.

문건작성자는 이런 진술을 근거로 밍크반코트는 연씨가 외상구입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다.

조사상황을 종합한 부분에는 "배씨는 연씨가 밍크반코트를 400만원에 구입했는데로 마치 1천만원대 고가품을 구입한 양 이형자씨에게 말하는 등 여러 얘기를 왜곡해 수차례 말한 것으로 보여지고, 이런 음해성 유언비어는 이씨에 의해 횃불선교회교인들 사이에서 유포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적혀있다.

즉 배씨가 옷값을 부풀려 '대납'을 요구한 듯한 정황은 검찰 수사와 대체로 일치하는 결론이지만 연씨가 옷을 샀다는 부분은 전혀 다른 사실관계를 적시하고 있는셈이다.

이에따라 당초 유언비어의 진상을 파악한데서 시작한 이번 사건 내.수사 과정이 사직동팀-검찰로 이어지면서 축소.왜곡됐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연씨가 이 문건을 배씨에게 전달한 시점이 지난 1월21일이라는 점에서 연씨가 내사초기부터 누군가로부터 입수한 문건을 넘겨주고 배씨와 입을 맞추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있다.

그러나 문건의 전체적인 내용이나 구성이 '사직동팀의 최초보고서'라기 보다는'첩보보고'쪽에 가까워 문건에 적시된 사실을 그대로 진실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특히 조사상황에 나오는 관련자들의 의상실 방문 날짜가 12월12일, 12월23일, 12월28일 등으로 나와 신빙성에 의문이 가고 있다.

검찰조사와 청문회에서 관련자들이 주장한 것과는 달리 처음 등장하는 날짜도있고 더구나 12월28일은 정씨가 라스포사에 방문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주장했는데도 문건에는 연씨와 작가 전옥경씨 등 4명이 들른 것으로 나와있다.

문건의 앞쪽인 '조사과 첩보'와 '검찰총장 부인에 관련된 유언비어' 두 부분은 의상실별로 관련자들이 구입한 의류 내역을 중심으로 이씨와 이씨 사돈 조복희씨, 배씨 간의 대화내용 등을 첩보.유언비어 형식으로 적고 있다.

이 부분에는 이씨가 배씨로부터 '비오는 날 우산을 쓰는 것과 안쓰는 것은 다르다'는 말을 들었다는 내용 등 지금까지 나온 관련자들의 진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그러나 '유언비어'부분에는 정씨가 '연씨가 옷대금을 지불할 사람으로 지명해준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3천500만원을 달라고 했다가 여의치 않자 연씨가 백화점 상품권으로 라스포사 의상실 옷값 3천500만원을 지불했다는 내용도 나와있다.

또 앙드레김 의상실 옷값도 연씨가 지불하고 누가 물으면 50만원짜리 옷을 구입한 것으로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등의 내용도 있어 진위여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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