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후의 무대로 기억될 공연은 무엇일까.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이탈리아의 거장 아카르도가 이끄는 까메라 챔버오케스트라가 먼저 출사표를 던졌다. 1999년 12월을 장식할 두 거장의 무대를 미리 들여다 보자.
△백건우 독주회=백건우의 연주는 마치 성지를 찾아 헤매는 구도자의 순례를 연상시킨다.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전곡,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전곡, 바르토크 협주곡 전곡, 라벨 소나타 전곡 등 평범한 피아니스트들이라면 꺼려할만한 작곡가들만 골라 철저하게 정복하고야 마는 그의 모습은 언제나 경이로운 것이었다.
연주 인생 30년 동안 리스트, 라흐마니노프, 프로코피예프, 바르토크, 스크리아빈 등 주로 후기 낭만파와 현대 작품들을 여행해 왔던 그가 이번에는 베토벤 3대 후기 피아노 소나타에 도전한다. '피아노의 시인' 백건우가 표현할 베토벤이 어떤 모습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21세기의 문턱에서 고전파 음악으로 방향을 급선회한 이번 연주회는 그의 음악인생에 있어서 새로운 획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30번 마장조(작품109), 제31번 내림가장조(작품110), 제32번 다단조(작품111). 백건우와 베토벤의 한판 승부는 12월13일 오후8시 대구문예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관람료 R석 10만원, S석 8만원, A석 6만원, B석 4만원, C석 2만원. 공연문의 053)656-1934
△이탈리안 까메라 챔버오케스트라=살바토레 아카르도는 흔히 '20세기 말의 파가니니'로 비유된다. 20세기의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3세때 처음 잡아본 바이올린으로 이탈리아 칸초네를 연주했다는 '신화'를 갖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에 대한 탐닉은 그를 '파가니니의 재래(再來)'로 굳히는듯 했다.
그러나 아카르도는 바흐와 베르크에 이르는 무궁무진한 레퍼토리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솔리스트에 머물지않고 70년대 초, 세계 최정상의 실내악단 '이 무지치'의 리더 겸 악장으로서 활약하며 파가니니의 그늘을 벗어났다. 지난 96년 창단, 자신이 직접 지휘를 맡고 있는 이탈리안 까메라 챔버오케스트라는 그의 두번째 변신이라 할만하다.
12월 9일 오후7시30분 대구시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까메라 챔버오케스트라 공연은 대구 무대에서만 마련되는 각별한 선물이다. 아카르도가 직접 협연자로 나서는 비탈리의 샤콘느를 비롯, 파가니니, 차이코프스키, 하이든의 곡들이 연주된다. 관람료 R석 5만원, S석3만원, A석 2만원, B석 1만원. 문의 053)358-8742.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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