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선물거래'-(1)배추농사와 '선물'

입력 1999-11-22 00:00:00

선물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물가, 금리, 환율이 요동치는 위험의 바다에서 선물은 기업의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는 최소의 대비책이다. IMF 태풍을 만나고도 여전히 천수답식 경영을 하는 지역 기업들에게 선물 시장의 필요성은 자못 크다.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의 의미와 역사, 활용법 등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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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농사를 짓는 한 농부가 있다. 만약 올 김장철에 전국민이 몇 포기의 김장을 담글 것인지, 전국의 배추농사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등을 미리 안다면 배추농사를 몇 평이나 지어야 할 지 정확히 계산해 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는 불가능하다.

지난해 작황이나 가격을 근거로 올해 농사규모를 결정하는 바람에 해마다 배추값이 폭등 또는 폭락하는 사태를 맞게 된다. 가격이 폭등하면 물량이 모자라 발을 구르고, 가격이 폭락하면 여름내내 땀흘려 농사지은 것이 헛고생이 되고 만다.

김치공장 사장도 마찬가지다. 배추값이 얼마나 될 지 예측할 수 있어야 수출이나 내수시장에 일정한 가격으로 김치를 내놓을 수 있다. 가을에 1만포기의 김치를 수출하기로 계약했는데 산지 배추값이 폭등하면 손해를 보고 수출하는 수 밖에 없다배추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원자재 나아가 금리, 환율 등도 미래 수요와 적정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기업과 수요자들은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선물거래다. 영어로 선물(先物)을 '퓨처스(futures)'라 부른다. 선물거래는 미리 상품을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정해놓은 미래 시점에 현금을 주고 물건을 받는 것이다. 물론 선물거래의 시점과 가격은 계약 체결 당시 파는 측과 사는 측이 정한데 따른다.

흔히 알고 있는 채소의 밭떼기 거래는 선물거래가 아니라 선도거래(forward trading)라 부른다. 선물과 선도의 가장 큰 차이는 거래소를 통하지 않는다는 것. 불확실한 미래 거래를 계약하는 만큼 이를 보증할 거래소가 필요한데 선도거래는 이를 생략한다. 가을 수확철에 채소값이 폭락하자 밭떼기로 사기로 했던 중간 상인이 나타나지 않아 농부들이 애태우는 것은 바로 거래소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품목은 크게 상품선물과 금융선물로 나뉜다. 상품선물은 옥수수, 콩, 고기, 설탕, 커피 등 농축산물과 금, 은, 알미늄, 원유, 천연가스 등 광산물, 면사, 고무 등 공산품으로 나뉜다. 생산단계부터 가격이 매겨져 유통되는 것이 아니라면 모두 상품선물의 거래 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무기나 마약 등은 제외다. 금융선물은 달러, 엔, 유로 등 각국 통화, 국채, 예금, 어음 등의 금리와 주가지수 등을 상품으로 다룬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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