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영화 '러브 레터' 20일 개봉

입력 1999-11-20 14:00:00

'일본'이란 생산지 때문에 오랫동안 '음지'에 떠돌던 이와이 순지감독의 '러브 레터'가 20일 개봉된다.

'러브 레터'는 2차 일본 영화 개방으로 한국을 찾는 첫 상업영화다. 이미 한국에서 비공식 불법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 100만명 이상이 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입소문 하나로 100만명을 비디오 화면으로 끌어 당긴 '경이적인' 영화다.

그래서 실질적인 일본 영화의 '상륙'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소담스런 순정만화를 연상시키는 '러브 레터'(95년작)는 이루지 못한 사랑, 그 회한과 추억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영화의 톤은 첫 눈 처럼 상큼하다.

"잘 지내고 있나요. 저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러브 레터란 것이 미사여구로 점철되는 것이 보통인데, 영화는 일본 특유의 예절 바른 인삿말로 시작한다.

수신인은 3년전 등반사고로 죽은 후지이. 죽은 애인을 잊지 못해 눈밭을 뒹굴며 괴로워하던 여주인공 히로코(나카야마 미호)가 후지이의 중학교 졸업 앨범에 나와 있는 주소로 보낸 편지다. 그의 존재를 잊기 위해 보낸 슬픈 러브 레터

그러나 '수신인 불명'으로 돌아와야 할 편지에 답장이 온다. "저, 요즘 감기에 걸렸어요"

후지이와 같은 이름을 가진 여인이 보낸 답장이다. 후지이 이츠키(나카야마 미호의 1인 2역)는 후지이와 3년간 같은 중학교에 다닌 동창. 둘은 편지로 한 남자에 대한 서로의 추억을 얘기하기 시작한다.

'러브 레터'는 서로 다른 공간과 시점에서 쌓인 러브 스토리가 편지를 매개로 하나로 중첩되는 영화다. 죽은 애인을 잊지 못하는 히로코의 현재 사랑과 언뜻 스친 끌림이 더 큰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후지이의 과거 사랑. 두 순정이 오버랩되면서 가버린 한 남자가 남긴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 서로 깨닫게 된다.

이와이 순지감독이 얘기했듯 '러브 레터'는 관객의 감수성만 자극하는 상업 영화다. 비평가들의 평도 썩 좋지 않았다. 그러나 관객의 감성을 자극시켜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한다는 점에서 썩 잘 만든 영화다.

정교한 카메라 워크, 주인공들의 티 없는 연기, 얘기를 풀어가는 감독의 솜씨, 소읍을 배경으로 한 깔끔한 영상. '러브 레터'는 일본 캐릭터 인형처럼 깔끔하며 잘 정돈된 영화다. 특히 1인 2역을 한 나카야마 미호가 매력적이다.

학창 시절의 빛 바랜 앨범을 뒤적이듯 추억에 젖게 만드는 영화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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