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 최대의 국가공단인 구미공단에 오랜만에 파란불이 켜졌다.
외국 바이어들의 수출주문이 폭주하고 있으며 일부 업종에선 공급할 제품이 모자란다고 기쁜 비명이다.
지난해 IMF의 여파로 멈춰섰던 공장 라인들이 풀가동에 들어갔으며 수출물량 맞추기에 철야 조업 업체도 크게 늘고 있다.
구조조정으로 일터를 떠났던 근로자들도 상당수 다시 돌아왔다. 지난해는 구미공단이 설립된후 30년의 역사중 최대의 시련기.
대기업들이 빅딜과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수백개의 하청업체들이 도산상태에 직면, 모두들 "이젠 구미공단의 생명도 끝났다"는 극심한 위기감에 사로 잡혔다.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돌변했다. 연초부터 전자부문의 초호황세가 계속되면서 현장 근로자들의 얼굴은 언제 IMF의 시련이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표정이 활짝 펴졌다.
구미공단을 이끌어 가고있는 대표적인 업체는 LG필립스LCD와 현대반도체, 삼성전자. 부가가치가 높은 최첨단 제품을 생산하는 이들 전자업체는 세계경제의 추세로 볼때 현재와 같은 초호황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 "구미공단이 경북경제를 주도 한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특히 구미공단 전자부문의 주력제품인 반도체와 LCD, 휴대폰은 명실공히 제품수준이나 수출물량, 생산량 등에서 명실공히 세계 정상급으로 근로자들은 '세계적인 구미공단'이란 자부심을 갖고 조업에 나서고 있다.
LG필립스LCD 공장에서 생산하는 박막액정 표시장치(TFT-LCD)는 노트북PC와 모니터에 널리 활용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정받고 있다.95년까지는 일본이 전세계 시장을 지배해 왔으나 우리나라 삼성과 LG필립스가 뛰어들어 올해는 일본을 제치고 나란히 1, 2위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올 1월 LG LCD(주)로 출범, 9월에 네덜란드 필립스사와 합작법인으로 재출범한 LG 필립스 LCD는 합작전 95년까지는 매년 적자를 보며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올3월부터 초호황 추세를 보이며 첫 흑자체제로 돌아서 수출물량을 다 채우지 못할정도로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와관련 올해 600명의 직원들을 충원했으며 지난해에는 매출이 5억달러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20억달러로 예상, 지금까지의 적자규모를 한꺼번에 만회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LCD 환경으로 볼때 LCD의 공급부족현상은 적어도 내년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매출액이 2000년에 24억달러, 2001년엔 33억달러로 예상, 연평균 28%의 성장추세를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사 안병철 수석부장(공학박사)은 "필립스사와 합작으로 LG의 세계최고 수준의 생산기술력과 필립스의 우수한 기초 기술력과 마케팅력의 결합으로 세계 1등 LCD회사가 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현대 반도체도 올들어 초호황을 누리고 있는 업체. 불과 몇개월 전까지만 해도 빅딜파동으로 몸살을 앓았던 근로자들이 이젠 완전히 현대맨으로 전환하여 수출주문량을 채우기에 3교대를 하는 등 연일 밤샘 작업중이다.
구미공단 현대반도체의 주력 생산품은 메모리 부분의 16메가D램과 64메가 D램. 물론 비 메모리부분인 시스템 IC 제품도 생산하고 있다.
김성우 이사는 "세계반도체 시장현황은 미국·일본의 점유율이 점차 낮아지고 대만이 급속히 추월해오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삼성, 현대에서 미국, 일본을 추월하여 세계D램 시장에 50%정도 점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PC시장의 수요급증, 밀레니엄, Y2K 등으로 PC의 업그레이드가 진행되는 등 외부환경 호조로 향후 2년간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호황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 반도체도 지난 9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적자신세를 면치 못할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7월들어 호황추세를 보이면서 급기야 10월들어 64메가D램이 17.8달러로 가격이 급등하는 초호황세를 누리며 매출액도 40%정도 증가했다.
현대반도체 구미사업장은 5년후에는 D램분야 세계1위, 비 메모리분야도 세계1위 제품군을 적어도 5개정도 성취하는 기술력을 보유하여 연간 매출 120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수출은 불황없이 꾸준히 성장, 이같은 성장추세를 오히려 대외에 감추고 싶을 정도로 호황세를 누리고 있는 상태.
86년 카폰사업으로 시작하여 88년 9월부터 휴대폰을 생산, 94년 10월 애니콜이 출시되면서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세계적인 휴대폰 생산기지로 정착했다.
삼성 애니콜은 올 1월 5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최근엔 미국 최대의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인 스프린트사에 2000년 1월부터 1년동안 5억달러 규모의 PCS단말기를 수출키로 계약, 모토롤라와 노키아, 에릭슨 등 세계 3대 회사가 장악하고 있는 미국통신시장에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규모의 수출을 하게돼 세계 휴대폰시장에서 3위권 진입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무선사업부 이기태부사장은 "삼성이 지난해 전체 디지털 휴대폰 시장에서 500만대를 판매해 7위를 달성했고 CDMA (코드분할 다중접속)단말기 분야에서는 28.5%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구미공단의 호경기 추세는 전자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섬유분야도 호경기 추세를 타고 있다. 구미공단내 140여개의 섬유업체가 생산, 수출면에서 지금까지의 부진을 말끔이 털어내고 호황국면에 접어 들고있다.
제일모직 구미사업장은 요즘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 공장 가동률 100%의 꿈을 실현하는등 섬유경기의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올들어 설비와 인력을 풀가동해도 수출물량을 맞추지 못해 오히려 피곤하다"며 신바람이났다.
91년부터 92년사이 신제품을 개발하여 일본에 수출하면서 최고 잉여를 기록했던 제일모직은 93년부터 달러급락, 원가상승, 판매가격 하락, 공장통합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지난해 IMF로 큰 타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내부적인 대변혁을 시도해 올해부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제일모직이 살아남기 위해 96년부터 집중적으로 추진한 특수정책은 제품구조변화와, 생산, 인력구조 변화, 생산납기단축.
본격적인 효과는 올해 6월부터 나타났다. 총원가가 14%나 절감돼 경쟁력이 생겼고 수주력이 늘고 특수옷감 수요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말 278억원의 원가절감과 더불어 내년도엔 1천800만야드(수출 900만, 내수 900만) 생산이 가능해 2천7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경상이익도 지난해엔 560억원의 적자를 봤으나 올해는 500억원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이종호 상무(52)는 "7, 8년에 걸쳐 자체개발한 세계적인 제품인 '울트라코아'를 중심으로 쏟아지는 수출 주문량을 소화하기위해 연일 밤샘작업"이라며 "고품질제품의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면 직물은 영원히 산다"고 강조했다.
여타 섬유업체들도 호경기 추세를 막고 있으나 이같은 상승경기가 얼마나 지속될것이냐를 두고 아직은 조심스런 반응이다.
전자공단으로 조성된 구미공단의 일면엔 최대의 원사생산 단지가 조성돼 있다.
대기업으로 구성된 원사업체들을 비롯, 140여 섬유업체가 내수및 수출시장에서 오랜만에 호황세를 보이고 있다. 대만지진 사태이후 국제시장의 원사량 감소, 가격인상에 대비한 가수요가 원인이 돼 수년간의 침체기를 벗어날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있다.
이와 때맞춰 최근 건교부에서는 4공단 추진 활성화대책을 발표했다.
내년말까지 조성하려던 제4국가산업단지를 2006년까지 연장하고 입주업종도 당초 전자, 컴퓨터, 반도체 위주에서 조립금속, 전기기계, 사무계산, 회계기계, 영상음향통신, 의료정밀 화학기기등 11업종을 추가했다.
단순제품 생산단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있는 구미공단이 바야흐로 구미공단은 전자·섬유 특성단지를 초월, 21세기엔 종합 대공단으로 다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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