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2년 우린 어디에 서 있나-(4)기업구조조정(하)

입력 1999-11-19 14:41:00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몸집 불리기가 지역 건설.유통업계의 족쇄가 됐다.

'말뚝만 박으면 돈이 된다'거나 '물건만 떼다 놓으면 팔린다'는 안이한 사고가 건설.유통 분야의 거품을 조장했다. 여기에다 지역 건설업체의 레저산업 진출, 유통업체의 건설회사 설립은 천문학적인 부채를 낳았고 이것이 IMF 이후 부도.워크아웃으로 이어졌다.

외환위기 2년을 맞은 현 시점에서도 이들 업체가 회생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무리한 사업확장의 여파를 수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을 낙관, 내실화에 소홀히 한 결과다.

이러는 사이 외지 건설 및 유통업체들이 시장 장악을 위해 속속 지역으로 몰려들고 있다. 지역 업체들은 외환위기를 타개하는 한편 외지업체의 시장 점령 견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할 상황이다.

△건설

외환위기로 가장 큰 홍역을 치른 업종이다. 청구, 에덴, 제림, 갑을, 삼주, 대백, 동암, 창신 등이 부도를 맞아 법정관리나 파산 선고를 받았다. 보성은 부도 이후 화의절차를 밟고 있다. 우방, 서한, 화성 등은 채권 금융기관 관리 아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벌이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 지역 1군업체였던 청구, 우방, 보성, 화성, 영남, 동서, 서한 중 '성한 기업'이라고는 동서와 영남 둘 뿐이다.

현재 법정관리업체들은 공사 중단 현장 마무리에 주력할 뿐 신규 사업에는 손을 못대고 있다. 지역에 대한 경제적 기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화의 절차를 밟고 있는 보성과 워크아웃업체인 우방도 숨쉬기가 쉽지 않다.

보성은 이미 신규 사업을 위한 자금 동원 능력을 상실했다. 채권단과 맺은 약정 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워크아웃 중인 우방은 지난해 채권단과 맺었던 기업개선작업 이행계획서를 다시 조정해야 할 입장이다. 우방은 내년부터 상환해야 할 연간 수백억원대의 이자가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천억원대의 출자 전환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한 보유 부동산 매각이 부진, 워크아웃 진행 실적이 전국 82개 업체 중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워크아웃 이행실적 상위권인 서한도 올 연말까지 대출금 출자전환, 금리 인하 등을 내용으로 채권단과 양해각서 재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추가 조정의 필요성에는 금융권과 인식을 같이 하고 있지만 채권단 동의를 얼마나 얻어낼 지 미지수다. 화성은 미분양 아파트와 소유 부동산 처분이 늦어져 경영정상화에 애로를 겪고 있다. 아파트 경기 활성화에 기대를 걸고 신규 주택사업에 나설 계획이지만 채권단의 만류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기업의 정상화 여부에 대해서는 비관론과 낙관론이 동시에 있다. 부채 규모가 워낙 커 아파트시장 활성화만으로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비관론이다. 경기회복에 따른 시중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면 아파트에 이어 각종 건설사업이 봇물을 이뤄 경영 수지가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유통

유통은 경기회복의 수혜 업종이다. 대구.동아 등 양대 백화점은 올 매출이 전년대비 30% 정도 신장할 것으로 예상돼 재무구조가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체는 반기 결산으로는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워크아웃을 조기졸업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그러나 유통업체들이 정상화의 길을 달리는 동안 외지 대기업들이 IMF 공백을 메워가고 있다. 최근 성서에 할인점을 연 E마트가 내년까지 월배, 의무사 부지 등에 2.3호점을 개점하고 홈플러스가 칠곡, 성서에 할인점을 열 계획이다. 이밖에 롯데, 까르푸, 콘티냥 등 국내외 대기업들이 지역 유통시장을 압박해 올 것으로 예상된다. IMF를 지나는 동안 양대 백화점 체제가 무너지고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것이다.

채권 금융기관의 관리를 받고 있는 동아.대구백화점이 대기업 틈바구니에서 지분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화성산업 차영환 과장은 "건설, 유통할 것 없이 지역성을 뛰어넘는 경영 전략을 세우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며 "구조조정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여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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