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학년도 대입 논술대책

입력 1999-11-19 14:54:00

논술고사를 치르는 대학의 정시모집은 논술점수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차지원을 생각하고 있는 수험생들도 반드시 논술고사 대비를 해야 한다. 해마다 수능점수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거나 특차지망대학의 합격점이 높아져 특차에 실패한 경우 논술고사 대비를 하지 않아 차선의 선택을 할 수 없었던 수험생이 많았다. 논술고사 대비는 당면한 입시 뿐만 아니라 진학 후의 대학생활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논술고사 경향과 2000학년도 논술 준비방법을 일신학원 진학지도실의 도움말을 통해 알아본다.

◇99학년도 출제 경향

논술시험을 치른 32개 대학 가운데 신학대를 제외한 일반대와 교육대 등 총 22개 대학 대부분이 동서 고전에서 발췌한 2, 3개의 제시문을 주었다. 제시된 자료를 비판적으로 분석해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현실과 연관지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방안이나 수험생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서술하기를 요구하는 문제들이 주류를 이뤘다.

제시문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도 적지 않았으나 논제는 대체로 평이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논제가 평이하다고 답안 작성이 그만큼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포괄적 논제에 따라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전개하도록 요구하는 문제가 아니라, 출제 의도에 맞춰 논의의 범위와 방향을 제한하고 정밀한 논증을 요구하는 유형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유형에서는 같은 내용의 논술 답안이라도 제재의 조직화 방식이나 논리적 전개방법에 따라 논술자가 지닌 사유의 폭과 깊이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인문계열성 논제로는 개인과 사회의 바람직한 관계, 인간에 대한 바람직한 이해의 방법, 고전에 나타난 인간상의 의의, 현대사회의 특성과 문제점, 바람직한 교육과 교사의 자질과 같은 주제들이 출제됐다. 자연계열의 논제로는 자연과학의 특성과 한계, 과학의 발전이 현대사회에 미치는 영향, 과학연구의 방법이 주로 나왔다제시된 자료는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명저, 소설, 시, 신화, 판소리, 희곡 등 방대한 영역이었다. 영역별로 출제빈도를 분석해보면 인문.사회과학 40%, 소설 26%, 자연과학 10%로 이 세 영역이 76%를 차지했다.

◇2000학년도 논술 대비책

논술문제가 고전 중심으로 출제되자 많은 학생들이 부담감을 더 느끼고 있다. 출제영역이 너무 넓을 뿐만 아니라 답안을 작성하는 일정한 틀이나 규범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술고사에서 측정하려고 하는 것은 암기한 지식의 양이 아니라 비판적.분석적 사고, 논리적.합리적 사고와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능력이다. 다음과 같은 것들에 유의하며 꾸준한 독서와 사고력 훈련에 힘을 기울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폭넓고 다양한 독서를 통해 지식을 넓히고 삶과 세상을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수능시험이 끝난 후 여유시간 동안 목표와 범위를 정해 일정 분량의 책을 독파하는 것은 필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둘째 합리적 사고를 기르는 훈련을 해야 한다. 평소 자신이 옳거나 그르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한 후 현실과 역사에 비추어 '왜?'라는 질문을 거듭 던짐으로써 합리적 근거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친구나 주위 사람들과 토론하는 기회를 자주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두가지 논술능력을 답안 작성에 연결시키는 데는 세가지 정도의 대비책이 필요하다.

첫째 논술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논리적 표현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적절한 논거를 제시하고 논리적 체계에 따라 자신의 견해나 주제를 효율적으로 부각시키는 요령을 익혀두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문제의 제시문인 고전적 자료를 분석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고전은 시간을 초월해 항상 현실 상황에 새로운 의미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읽어보지 않은 책에서 출제됐다고 해도 당황할 필요는 없다. 다소 어려운 제시문도 논제와 관련지어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셋째 읽은 내용이나 생각한 내용을 현실 문제와 연관지어 사고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읽거나 생각한 내용을 일반화 또는 구체화하는 능력과 함께 현실에 대해 깊이 있고 폭넓게 이해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까지 논술지도는 논리적 사고방식과 절차를 얼마나 잘 살려내는가에 초점을 뒀다. 학교에서도 오류를 범하지 않는 논리전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 결과 내용 없이 사고의 형식, 즉 외형에만 치중한 논술이 양산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풍부한 지적 정보와 그것에 기반을 둔 지적 판단이 중요한 관심으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논술에는 요령과 편법이 통하지 않고 왕도가 없다. 쏟아져 나오는 각종 논술관련 참고서는 단편지식의 활용이나 형식·기교 등에 치우쳐 있어 기대만큼 충족시켜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 '논술은 써 본 사람만이 쓴다'는 말처럼 이론보다 경험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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