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벗겨지는 거짓말 검찰失色

입력 1999-11-16 00:00:00

'거짓말도 잘하면 논 닷마지기보다 낫다'고 한다. 사람이 살다보면 거짓말하는 것이 때로 처세에 이롭기도 할터이지만 그것도 잘했을때 뿐이지 여의치 못할 경우, 패가망신하는 것은 '이여반장'(易如反掌)이다. 지난 8월23일, 한여름 밤을 달구었던 고급옷로비 청문회에 등장한 네 여인들의 현란했던 거짓말퍼레이드는 지금 생각해도 역겨운 것이었다.저마다 성경책이 무슨 손받침대나 되는 양 '성경에 손을 얹고…' 어쩌구 했으니 이제 그 몰염치, 그 죄값을 어떻게 다 감당할까. 네 여인중 가장 파격적이었고 돌출했던 행동으로 국회의원들의 넋을 빼놓았던 라스포사 옷가게주인 정일순씨가 특별검사에 의해 긴급체포, 수감됐다. 정씨의 혐의는 알선수재. 지난해 10월, 이형자씨에게 고위층과 친분이 깊은 것처럼 말한뒤 3차에 걸쳐 1억원의 옷값 지불을 요구했다는 것이 구속영장의 요지다. 주지하듯 알선수재는 공무원이 아닌 자가 공무원의 직무에 관련된 부탁을 받고 금품을 요구하거나 받은 경우에 적용되는 처벌조항. 정씨는 이밖에도 청문회에서 거짓말한 죄로 증언감정법에 의한 위증혐의가 추가될 모양이다. 이로써 네 여인들이 벌였던 거짓말퍼레이드의 한껍질이 벗겨진 셈이다. 사안의 성격이 네 여인들의 어거지 진술로 얽혀진 이상 이제 제2, 제3의 거짓말도 실체를 보일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 시점에서 국민일반이 입을 모으고 있는 부분은 정씨를 그냥 내보낸 보통검사들의 변명에 있다. 보통검사들은 '정씨가 옷값 지불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사기미수죄를 검토했으나 그 범의(犯意)를 인정할 수 없고…'라며 알듯 모를듯한 말을 했다. 문제는 정씨가 내세웠던 고위층이란 연결고리를 보통검찰이 애써 외면한데 있는 것. 아무리 기자가 기자를 취재하고 검찰이 검찰을 수사하는 해괴한 세상이지만 준사법기관의 확고한 수사의지가 없는 한 비리척결은 구두선일뿐.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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