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순한 교사촌지, 유죄의 교훈

입력 1999-11-11 14:19:00

불순한 촌지를 받은 교사에게 대구지법이 뇌물수수죄를 적용, 유죄판결을 내린건 '교사촌지 관행'에 제동이 걸리면서 일대 경종으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앞으로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지켜봐야겠지만 1심판결은 교육계는 물론 학부모들에게도 엄청난 파문이 예상된다.

사실 교사촌지문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게 현실이었고 언젠가는 '법의 잣대'가 필요한 이슈였다. 그러나 따지고보면 '선생님'에게 아이들을 옳바르게 가르쳐준 '은혜에 대한 보답'의 현실적구현이 바로 촌지였고 그건 우리의 미풍양속에 기인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굳이 '법의 잣대'가 필요하느냐는 반론도 있는게 사실이다.

더욱이 교원정년단축으로 학교가 술렁거리고 사기가 추락한 마당에 나온 판결이라 교사들 입장에선 가혹하다는 반응도 충분히 나올수 있는 계제이다. 또 형평성문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정치자금은 수십억원도 죄가 안되는것은 물론이고 일반 공무원들이 관행적으로 받은 수십만~수백만원은 '떡값'으로 치부,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되는 현실과 비교해 봤을때도 '15만원의 교사촌지'에 뇌물죄적용은 부당하다는 반론도 있을수 있고 이해도 간다.

그렇지만 이번판결은 우리 교육계의 뿌리깊은 병폐인 촌지문제가 항상 일부 극성스러운 교사들이 물의를 일으키는 바람에 수많은 선량한 교사들이 한묶음으로 사회의 질시를 받는 등의 엉뚱한 피해를 본다는 입장을 고려했을때 그 옥석을 가려주는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일면도 있다. 그렇다고 판결문에서도 우회적으로 지적했듯이 모든 '교사의 촌지'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

이번에 문제된건 촌지 그자체보다 받는 과정을 문제삼은 측면이 강하다. 촌지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초등학교 1학년생을 구박함으로써 은근히 학부모의 촌지를 유도한데다 직접 그 학생이 갖다주는 돈을 받았다는건 굳이 법을 따지기 이전에 상식적으로 남득할 수 없는 교사의 악의성이 엿보인다. 이런 교사를 교단에 그냥 놔두면 그 해악은 학생들에겐 몰론이고 다른 선량한 교사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칠건 불을 보듯 뻔한 이치이다.

더욱이 그 학생에겐 담임교사의 비교육적인 처사로 자기가 편하고 출세하려면 '뇌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이 각인됨으로써 우리사회의 병폐인 뇌물관행을 긍정적으로 보게된다는 판결취지도 사려깊은 판단이라 여겨진다. 따라서 이번 판결이 무분별한 교사의 촌지관행에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 새로운 교육풍토 조성에 하나의 교훈으로 새겼으면 하는게 우리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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