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타개 실마리 못찾는 여야 협상

입력 1999-11-11 14:32:00

정기국회 파행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센 가운데 여야는 10일 총무회담을 열고 '문건' 국정조사 및 정기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으나 여야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진통을 겪었다.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 자민련 이긍규(李肯珪),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 총무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1시간50여분동안 국회 귀빈식당에서 마주앉았으나 문건 국정조사와 예결위원장 배분 문제, 여당의 선거법 개정안 단독제출 문제를 놓고 공방만 거듭했다.

회담이 시작되자 한나라당 이 총무는 여당의 선거법개정안 단독 제출을 거론하며 "선거법을 슬그머니 제출하는 위장국회를 하려면 차라리 국회를 없애라"고 목소리를 높인 뒤 "여당이 정말로 국회 정상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이에 국민회의 박 총무는 "예전에도 여야가 각각 법안을 제출한 뒤 심의해 단일안을 만든 예도 있다"면서 "특히 국회 정개특위가 여야동수이므로 여당이 단독처리를 할 수도 없다"고 맞섰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언론대책 문건' 국정조사를 둘러싼 여야의 입장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국정조사를 언론문건에 대해서만 하고 증인도 정형근(鄭亨根) 의원과 이종찬(李鍾贊) 부총재, 문일현(文日鉉) 이도준(李到俊) 기자 등 문건과 직접 관련된 인사에 한해 하자고 주장했으나, 야당은 언론정책 전반에 대해 조사를해야 하며 청와대, 국세청, 중앙일보, 세계일보 관계자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또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예결위 구성과 관련, 한나라당 이부영 총무는 "예결위원장을 야당에 달라"고 요구했으나 여당 총무들은 "예결위원장 자리는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서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특히 한나라당 이 총무는 "'맹물전투기'와 인천 화재참사 등을 조사하기 위해 11일부터 국방, 행자, 법사위, 정보위는 가동하자"고 제의했으나 여당 총무들은 "야당이 국회를 정치 공세의 장으로 삼으려는 의도"라며 수용을 거부했다.

3당 총무들은 2시간 가까이 논란만 거듭되자 오후 4시 국회 귀빈식당에서 다시 만나 절충을 계속하기로 하고 오전 회담을 마쳤다.

한나라당 이 총무는 그러나 회담 재개 20여분전 박상천 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회담 취소를 일방 통보, 오후 회담 자체가 무산됐다.

이 총무는 "국회 정개특위 공청회장에 박 총무와 나란히 앉아 계속 대화를 했으나 한치도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면서 "이런 상태에서 대화는 더 이상 무의미한 것 아니냐"며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이 총무는 또 "총무회담후 상임위 위원장 및 간사단과 원내 대책회의를 했는데,'여당이 선거법 개정안을 단독 제출한 마당에 의사일정 참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며 당내 강경기류를 전했다.

자민련 이 총무는 "국회 정상화를 바라는 여론이 비등한 만큼 11일 중 다시 만나 절충안을 마련토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수원집회를 계기로 정국대치가 일단 소강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여야 총재회담 가능성이 다시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물론 '언론대책 문건' 파문을 놓고 여야가 상대방에 대한 감정이 극도로 악화돼 있는 만큼 당장은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역으로 총재회담 외에 대치정국을 해소할 다른 현실적 방안이 없다는 낙관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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