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증 등 신원확인 없이 예금 인출 금융기관 약관 말썽

입력 1999-11-10 15:12:00

일부 금융기관이 고객 편의를 이유로 타인이 통장, 도장과 함께 비밀번호만 제시하면 금융상품을 중도 해지해 돈을 인출할 수 있도록 약관을 규정, 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해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7월30일 대구시 수성구 만촌2동 천모(54)씨 집에 20대 남자가 침입, 8월 29일로 만기가 되는 세금우대 수익증권 통장과 도장을 훔쳐 달아났다. 범인은 이날 오후 3시쯤 ㅎ투신 범어동 지점에서 수익증권을 중도 해약하고 1천920여만원을 인출해갔다.

천씨는 본인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돈을 내준 투신사에 항의했지만 비밀번호가 일치하고 통장과 도장이 있을 경우 타인에게라도 금융상품을 해지, 지급할 수 있도록 약관에 규정돼 있으므로 법적 책임이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는 것.

ㅎ투신 관계자는 "고객 편의를 위해 비밀번호가 맞을 경우 간단한 확인 절차를 거친 뒤 돈을 인출해 준다"며 "이는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여신관련 약관은 은행권의 경우 대개 본인 외에는 금융상품 중도해지가 불가능하지만 ㅎ투신 등 일부 금융기관은 정기예금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타인이 비밀번호와 통장, 도장만 가지면 해지할 수 있도록 해 놓고 있어 피해 재발 우려가 크다.

이에대해 대구경실련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중도해지 과정에서 주민등록증 등 신분확인을 하지 않는 것은 고객 예금 보호 책임을 외면한 편의적 처사이므로 보완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李庚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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