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대란설' 금주가 고비

입력 1999-11-08 15:17:00

금주는 외환위기 탈출 이후 한국경제 최대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제2차 경제위기 우려의 출발점인 이른바 11월 대란설이 대우채권 환매비율이 50%에서 80%로 높아지는 오는 10일을 진앙으로 하고 있는데다 대우사태 해결의 열쇠가 되는 핵심 4개사의 워크아웃 성사여부를 결정하는 해외채권단과의 협상이 윤곽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10일 이후 대우채권에 대한 환매사태가 우려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되면서 정부와 금융계가 모두 긴장하고 있다.

정부는 10일 이후의 환매사태를 의식, 한국투신과 대한투신 등 양대 투신에 3조원의 추가출자 계획과 증권금융을 통한 2조원의 유동성 추가지원, 채권안정기금을 통한 투신사 보유 채권의 무제한 매입, 성업공사의 대우무보증채 매입, 가입자에게세금을 절반 이상 깎아주는 그레이펀드 판매 허용 등 이중 삼중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투자자들이 환매를 자제할 수 있도록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환매를 하더라도 환매자금을 다시 투신권으로 흡수해 금융시장의 불안을 막고 이를 통해 경제위기 우려를 불식시킨다는 전략이다.

▲ 대우채 환매사태 일어날까=정부는 일단 대량 환매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투신사들의 경영 정상화가 정부의 자금투입으로 보장됐고 3개월만 더 기다리면 대우채의 95% 환매를 정부가 보장하고 있는데다 은행 수신금리 하락으로 특별한 대체 투자수단을 찾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 15~16%의 수익률이 예상되는 그레이펀드가 판매되고 대우채가 포함된 공사채형 수익증권의 주식형 전환을 8일부터 다시 허용할 예정이다. 지난번 주식형 전환 허용 때 전환된 규모가10조4천400억원이며 이번에는 더 많은 규모가 전환될 것으로 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증시가 다시 활황세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환매가 일어나더라도 모두 투신권으로 다시 유입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정부는 최대 257조원에 달했던 투신권 수탁고가 대우사태로 줄어들어 지난 5일 현재 206조원으로 50조원 정도가 줄어들었으나 이 가운데 은행권의 MMDA 등으로 흘러들어간 30조원이 운용처를 찾지 못해 다시 콜자금으로 투신권에 되돌아오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 무보증채는 환매가 처음 허용된 지난 8월12일 현재 18조6천억원이었다. 이날 이후 50%의 환매비율을 감수하면서 개인과 일반법인이 환매해간 대우채권은 4조원 정도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제 14조6천억원 정도가 남은 셈이다. 정부는 오는 10일 이후 대우채 환매규모가 3조원을 밑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투신사들은 지난 8월12일 이후 4조원 정도의 대우무보증채를 개인.일반법인의 환매로 털어냈고 환매비율이 50%였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1조5천억∼2조원 정도의 손실부담을 덜었다. 또 그동안 환매사태에 대비해 각사별로 상당량의 자금을 확보했다. 따라서 정부대책의 지원을 받는 상태에서 어느 정도 환매가 일어나 다시 한번 손실부담을 털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내년 2월이후 환매비율이 95%가 되면 손실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해외채권단이 열쇠=정부는 지난달 28일 도쿄에서 열린 해외채권단 회의 직전에 대우 채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4개사((주)대우, 대우중공업, 대우전자, 대우자동차)의 워크아웃 플랜에 대해 해외채권단에 2, 3주의 검토시간을 주고 그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금주말을 전후한 시점이 검토시한인 셈이며 금주중 해외채권단 반응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해외채권단중 일부가 이미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으나 이는 채권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주요 채권금융기관의 경우여서 처음부터 문제의 핵심이던 소액채권기관들의 반응이 관건이다. 이들이 끝까지 수용을 거부하고 법적 조치에 들어갈 경우 이들 4개사의 워크아웃이 차질을 빚게 되고 그렇게되면 대우그룹 구조조정 전체가 난관에 빠지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주)대우의 워크아웃 플랜에 대해 해외채권단과의 합의가 끝내 이뤄지지 못할 경우 별도의 대책을 마련중이며 법정관리로 처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해외채권단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금융시장안정대책에 대해 국제금융시장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해외채권단도 수용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소액채권기관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협상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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