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일본의 두 얼굴

입력 1999-11-03 15:11:00

야누스(Janus)는 고대 로마의 신이다. 성문이나 집의 문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앞뒤가 다른 두 얼굴의 머리를 가졌다해서 두 마음을 가진 영악하고 엉큼한 작자를 흔히 야누스의 얼굴을 가졌다며 비꼰다. 당시에는 야누스 성소의 문이 열려 있으면 전쟁을, 닫혀 있으면 평화를 나타내었다니 로마의 성격상 이 문은 사시사철 열려 있는거나 마찬가지 였을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의 한 일본계 미국회사에 일하던 재미교포 이명섭(39)씨가 일본인의 인종차별에 항의하다 끝내 자살한 사건은 너무 충격적이다. 『김치냄새 풍기는 조센진은 야만인이다』는 등 갖은 모욕적인 언사로 이씨를 괴롭혔을 일본인들을 생각하면 그들의 우월주의 냄새가 풀풀 풍기는 현장으로 얼른 뛰어 가고 싶은 충동 마저 솟는다. 그가 남긴 일기장에는 오늘의 한.일 관계가 너무도 현실적으로 담겨 있어 억장이 더 무너지는 느낌이다. 이씨는 일기장에서 그들도 한국음식을 즐겨 먹으면서 이런 모욕과 멸시를 하는 것에 더욱 울분을 토하고 있다. 일본인 특유의 야누스적인 언행이 이씨를 못견디게 한 것이다. 툭하면 사해동포(四海同胞)라는 말을 쓰는 일본인들이다. 세계 사람이 모두 동포라는 얄팍한 언술로 겉치장 해놓고는 이런 못된 버릇이 여전히 남아 있다니 도대체 한국에 있어서의 일본은, 아니 일본에 있어서의 한국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고도 일본왕의 방한과 공동개최되는 월드컵의 성공적 추진을 바라다니. 김치도 아니면서 그들의 입맛에 맞는 아사즈케를 내놓고 기무치라며 고집하는 체신머리 없는 짓이나 남몰래 독도 점령 가상 훈련까지 한 그들이다. 최근 니시오 간지(西尾幹二)교수라는 이가 '국민의 역사'라는 책을 통해 일본은 식민지 한국에 나쁜짓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감정을 더 긁고 있는 요즘이다. 이런 반면 일본인 법학자 고무로 나오키(小室植樹)씨는 10여년전 '한국의 비극'이라는 책을 펴내며 일본인의 습성 가운데 최근 더욱 나빠진 점은 한국인이 일본에 대해 몹시 심하게 나쁜 말을 해도 가만히 듣고만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두나라 사이의 진정한 화의는 일본이 한국에 『잘못했습니다』라고 솔직히 사과하는 일이라고 했다. 정말 어느 일본인이 진짜 일본인인가. 지금 한.일간에는 가깝고도 멀고도 할것없이 야누스 성소 문이 열려 있는가 닫혀 있는가 그것부터 살펴야 할 것같다.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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