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총재. 정의원 첩보전

입력 1999-11-02 14:52:00

◈둘다 소문난 정보맨 007 영화 방불

언론문건 파문이 확산되면서 국민회의와 한나라당간의 정보전쟁이 치열하다.

물론 양당간 정보전의 한복판에는 국가정보원(구 안기부)출신의 한나라당 정형근의원과 국민회의 이종찬부총재가 맞붙고 있다. 안기부기조실장을 하다 정계에 입문한 이부총재는 김대중정부의 첫 국정원장을 역임했고 검사출신인 정의원은 안기부에 들어가 대공국장과 1차장을 지내는 등 두 사람 모두 소문난 '정보맨'이다.이부총재가 국정원 문건유출 파문에 말려든 것은 지난 주말 정의원이 "이도준기자가 준 문건중에는 국정원이 송파갑선거 등에 개입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문서도 있다"고 밝혔기 때문. '제발이 저린' 이부총재는 1일 기자들에게 "국정원에서 대북관련 문건을 갖고 나왔으며 정치관련 문건은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정의원으로부터 귀띔을 받은 한나라당 김무성의원은 1일 대정부질문을 통해 "언론문건보다 더 방대하고 그런 내용이 포함된 문건을 갖고 있으며 이는 이부총재가 국정원에서 가져온 것"이라며 추가 폭로위협에 나섰다.

문건 제보자가 이도준기자로 드러난 시점을 전후 해서는 두 사람 사이에 촌각을 다투는 첩보전이 진행됐다. 지난 28일 이기자가 한나라당 이회창총재에 이어 정의원을 만나 "이부총재의 이름은 거론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자 이기자의 신원노출을 직감한 정의원은 이날 밤 전격적으로 제보자를 공개하면서 이부총재 측의 '허'를 찔렀다. 이부총재 측은 이날 문건 유출자로 이기자를 지목, 추궁끝에 자백을 받아냈으며 정의원과의 금품수수관계도 확인하는 개가를 올렸다.

그래서 다음날 이부총재 측은 '정의원이 이기자에게 1천만원을 줬다'는 내용을 흘려 이번 파문을 '정보매수'쪽으로 확전시키며 수세를 급반전시킨 것이다.

이에 한나라당은 최병열부총재와 김기춘.김도언의원과 이사철대변인 등 검찰출신들이 대거 참여한 언론대책팀을 새로 구성, 대변인을 통해 '이기자가 이종찬캠프를 무시로 들락거리는 등 사실상 이종찬팀원이었다'고 주장하는 등 정보전에 가세하고 있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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