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안진술 믿을 수 있나

입력 1999-10-30 14:39:00

도피기간 대부분을 집에서 숨어 지냈다는 이근안(李根安)씨의 진술에 검찰이 반신반의하고 있다.

이씨는 검찰에서 도피직후 첫 1년여간을 빼고는 줄곧 집에서 기거해왔으며 외부인의 방문에 대비, 현관옆 창고방에 은신해 있었다는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다.

별도로 소환한 차남(38)의 진술 역시 이씨와 일치했다는게 검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씨가 김근태(金槿泰)씨 고문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난 8월로 완성되고 지난 21일 납북어부 김성학씨 고문사건 공범들의 판결 선고후 가족회의를 갖고 자수를 결심했다는 점에서 미리 입을 맞춰 도피행적을 가공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씨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우선 검찰이 "몇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한 자수동기가 석연치 않다.

성남지원에서 내린 공범들의 형량이 징역 1∼2년으로 그다지 높지 않아 계속 도피생활을 하기 보다 들어가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진술과 부하들에게 죄책감을 느껴 항소심에서 밝힐 건 밝히겠다고 한 점, 자수시점이 김근태씨 고문사건의 공소시효가 완성된 지난 8월15일 이후 두달여만인 점 등은 그의 자수가 치밀한 계산 아래 결행됐다는 심증을 낳고 있다.

10여년간 칩거하면서도 발각되기는 커녕 의심 조차 사지 않았고 거의 외부로 출입하는 일이 없었다는 점도 믿기 어렵다.

도피직후 1년정도 동료경관들이 월 30만원 정도의 돈을 부인에게 지원했다는 것외에 주변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진술 역시 신빙성에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이런 측면에서 대공수사 베테랑으로서 수사기관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가 능수능란하게 진술을 조작하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검찰의 관측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