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바꾸기 빼닮았네

입력 1999-10-30 00:00:00

--정형근 의원

언론대책 문건 공방이 계속되면서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문건에 대한 정의원의 말이 거듭 바뀐데다 제보자인 평화방송 이도준기자에게 1천만원을 준 사실까지 드러나 공작정치 의혹까지 일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원과 이기자간의 금품관계가 드러남에 따라 문건파문은 여야간의 매수공작 공방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의원은 우선 잦은 말바꾸기로 당 내외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기자로 부터 전달받은 문건에 대해 별다른 확인절차 없이 문건의 작성자로 이강래 전청와대정무수석을 지목했고 또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함에 따라 여권의 역공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정의원은 중앙일보 문일현기자가 문건의 작성자로 확인됐는데도 여전히 이종찬-이강래 팀이 작성 책임자라고 말을 바꿨다. 그가 이전수석이라고 주장한 것은 '여권에서 이정도의 문건은 이전수석밖에 없을 것'이라는 추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의원은 "이기자로 부터 이전수석이 문건을 작성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으나 이기자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으며 다만 정의원과 얘기하면서 이전수석이 이부총재와 가까운 사이인 만큼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제보자에 대해서도 정의원은 28일 밤 이기자가 스스로 제보자임을 밝히는 상황이 닥치자 재빨리 기자회견을 통해 제보자를 공개했으나 당초 언급한 '100% 여권인사'니 '이종찬부총재의 측근'이라는 말은 거짓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의원은 문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이기자를 이부총재의 측근으로 포장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정의원은 "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또 청와대에 보고됐다는 정의원의 주장도 정황증거와 추론 등에 따른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 정의원은 이래저래 곤혹스럽게 됐다.

곤혹스러운 것은 정의원 뿐만 아니라 정의원의 주장만 믿고 대여공세의 전면에 섰던 한나라당 이회창총재도 마찬가지다. 물론 정의원은 "이기자가 나에게 말한 것과 다른 말을 하고 있다"며 여권의 회유공작을 주장했지만 그의 말에 대한 당 내외의 신뢰성은 떨어지고 있다. 徐明秀기자

--이종찬 부총재

이종찬 국민회의부총재가 언론대책 문건 파문과정에서 수차례나 말을 뒤집음으로써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은 물론 당내 비판까지 자초하는 등 궁지에 몰리고 있다.

우선 이부총재는 문건 제보자가 이도준 평화방송기자로 드러난 29일 새벽, 국민회의 대변인실을 통해"걱정하지 마라. '+α '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를 중앙일보 간부로 지목했던 만큼 곤혹스런 분위기에 휩싸였던 당은 이같은 주장에 고무됐다. 그러나 이부총재는 야당 측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반나절도 채 안된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했으나'+α '의 내용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잘 모르겠다"고 발을 빼버려 당 지도부를 당혹스럽게 했다.

게다가 전날 비공개로 열렸던 의원총회에서도"중알일보 간부가 문일현기자의 문건작성에 관여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전화통화 녹취록을 갖고 있다"고 말했으나 이날 기자회견에선"표현이 와전됐다"고 번복한 뒤 "녹취하지는 않았고 문기자가 분명히 얘기한 상황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의총에 참석했던 의원들은"그가 문기자와 통화한 내용을 녹취했음을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이부총재는 또한"문제의 문건을 본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석연치 않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때문에 중앙일보 사태 등과 맞물려 이 문건을 토대로 청와대에 실제로 보고했던 게 아니냐는 쪽으로 의혹을 부추긴 꼴이 돼 버렸다.

물론 이기자가 그의 사무실에서 문건을 몰래 복사했다고 밝혀 분실과정은 해명됐으나 이기자가"문건을 복사한 뒤 원본은 그 자리에 뒀다"고 말해 그의 말과 어긋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 대목을 재확인하는 취재진에게"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특히 이부총재가 지난 97년 대선기획단장으로 선거를 총지휘할 당시 내부 보고서를 꼼꼼히 챙기는 스타일을 보여준 것으로 알려진 데다 그후 정보최고 책임자인 국정원장을 역임하기까지 했다는 점 등을 감안할 경우 문건을 보지 못했다는 주장을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徐奉大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