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전달자는 평화방송 기자

입력 1999-10-29 15:23:00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에게 언론대책 문건을 전달한 인사는 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 기자로 28일 확인됐다.

이 기자는 지난 7월 국민회의 이종찬(李鍾贊) 부총재의 여의도 사무실에 취재차찾아가 비서관 책상에서 '성공적 개혁추진을 위한 외부환경 정비방안'이라는 팩스문건을 보고 이를 기사화하기 위해 몰래 복사한 뒤, 8, 9월 평소 친분이 있는 한나라당정 의원 방에 갔다가 이를 복사해 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건의 출처와 전달과정에 대한 평화방송 이 기자와 한나라당 정 의원의주장이 상반돼 두사람 진술의 진위를 비롯해 정확한 진상이 밝혀지는데는 상당한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회견을 통해 "이종찬 전 안기부장이 이도준 기자에게 이 문건을 건네주며 '이강래(李康來) 전 안기부 기조실장이 이 문건을 작성해 가져왔는데 어법·표현 등을 보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고쳐달라'고 해 이 기자가 고쳐줬다고 했다"며"이 기자는 '언론인으로서 현정부의 언론에 대한 시각이 너무 역겨워 (정 의원이)한번 보시라고 가져왔다'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이 기자는 "다만 정 의원에게 내용상 국정원이나 청와대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며, 문건의 내용대로 중앙일보 사태 등이 고도의 계획된 시나리오에 의해 진행되고있다는 얘기는 했다"며 "나는 당시 이 부총재가 국정원장에서 물러난 직후여서 국정원 문건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기자는 "한번은 이 부총재 사무실에 이강래 전 청와대정무수석이 인사온 것을 보았으며, 이후 정 의원 방에 가서 '이 전 수석이 최근 이 부총재 방에 자주 오는 것같다'고 얘기했고, 이 전 수석의 필력이나 서류작성 능력이 뛰어나다는 설명도 해줬다"면서 "그러나 정 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이 문건을 폭로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나는 당시 국정원에서 만든 것인줄 알고 엄청난 특종을 했다고 흥분했었다"며 "이번에 그 문건이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 기자가 작성한 사실을 알고 기가 막히고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 정 의원은 회견에서 "(이 기자로부터) 나중에 이종찬 전 안기부장을 통해 이 문건이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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