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대회전-(17)MBC '남의 속도 모르고'

입력 1999-10-29 14:00:00

주말극 '사랑해 당신을'이 이번 일요일에 막을 내리고, 다음 주부터는 새 작품이 시청자를 기다린다. 50회 예정. 서민적 내용의 인간 드라마로 하되, 분위기가 무겁지 않도록 유머와 코믹터치로 포장한다는 것이 제작팀의 계획이다.

드라마 전체의 마당은 50대 초반의 양봉석(장용 분)-나도자(나문희 분) 부부네 집. 부부에겐 외동딸 양미리 외에도, 3명에 이르는 얹혀 사는 나도자의 친정 동생들이 가족으로 묶여 있다. 부모를 일찍 여읜 탓에 나도자는 부모 역할까지 떠맡아 동생들을 이끌고 시집 온 것.

더우기 외동딸과 세명의 동생은 모두가 안주인의 속을 타게 만든다. 안주인은 공무원인 남편의 적은 벌이 때문에 경제 사정도 안좋은 편. 여기에 딸은 혼전 임신으로 집안을 뒤집어 놓고, 마흔살이나 된 큰 여동생 나도봉(윤미라 분)은 너무 빨랐던 연애 이후 여전히 방황 중인 인물. 둘째 여동생 나도해가 착실하지만, 막내인 남동생 나대로는 누나 걱정 덜어 준다며 돈벌기에 열심이면서도 말썽 역시 적잖이 피운다.

둘째 여동생 나도해가 언니를 걱정 시키는 것은 결혼이 자꾸 지연되기 때문. 나도해는 최대한(이재룡 분)과 오랜 연인 관계에 있지만, 최대한의 집안이 어려워 결혼이 자꾸 미뤄진다. 결혼 자금을 모아 놨지만 빚보증 잘못 선 아버지가 날려 버리고, 평생 백수인 형 최소한(유동근 분)까지 얹혀 살려 함으로써, 최대한은 더욱 힘들어졌다.

드라마 스토리의 전체적 골격은 나도해와 최대한의 사랑과 결혼이라는 축을 따라 형성될 참. 나도해 역은 오랜만에 드라마 출연을 시작하는 신애라가 맡았다.

이런 큰 짜임 중간 중간에 재미를 더해주는 에피소드들이 달라 붙을 계획. 그 중 하나의 '대결'은 나도자의 남편 양봉석의 누나인 양봉순(양희경 분)과, 나도자의 큰동생 나도봉이 엮는 먹이사슬. 동생들까지 줄줄이 달고 시집 온 것을 늘 못마땅하게 생각해 올케를 못살게 구는 것이 양봉순의 취미이지만, 그 올케의 동생인 나도자는 그런 양봉순을 꼼짝 못하게 만들어 버리는 천적이다.

또 동생에게 얹혀 사느라고 결국은 동생의 친구 전남도에게 신세를 지게되는 최대한의 형 최소한은, 전남도의 누나인 전남자와 불공대천의 앙숙으로 끝없는 투쟁을 벌여나간다. 그것이 어느 사이엔가 사랑으로 변할 줄은 누구도 예측하기 쉽잖은 형국.

거개의 드라마들이 그렇듯, 무슨 고매한 주제를 형상화 해 내리라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어렵겠지만, 쉽잖은 삶의 현장 속에서 배어 나오는 생명의 냄새, 오랜만에 보는 신애라의 연기, 카리스마적 이미지를 벗어 던진 유동근의 잔머리 굴리는 백수 연기 등이 그럴싸 하리라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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