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논술 문제는 읽기 자료로 주어진 이청준의 소설 '회색인'의 한 부분을 읽고 우리 문화와 관련된 문제들을 유추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는 것이었다. 읽기 자료의 내용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그들의 문화를 버리고 서구 문화를 받아들이기에 급급한 반면 아프리카 전통 문화의 하나인 조각 작품들의 중요 표현 기법들이 서양의 가장 현대적인 화가인 피카소의 그림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인들이 그들의 문화적 유산을 버리는 대신 서구인들이 아프리카의 예술에서 영감을 얻고 이를 수용하여 유럽 예술의 새로운 영역을 열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의 글을 잡지에서 읽으면서 등장인물 독고 준은 우리 문화의 현실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 사실 서구인들은 21세기를 동양의 시대라고 하기도 한다. 이 말은 동양적 사상이 새로운 21세기에 세계를 이끌어 가는 중심 사상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일본을 포함한 거의 모든 동양의 국가들은 동양 사상을 버리고 서구의 자본주의에 바탕을 둔 물질문명의 이기를 받아들이기에 급급하다. 우리 나라도 과거 20년 전만 해도 서구화가 곧 근대화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서구 문화를 수용하는데 급급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제 3세계의 문화에 대한 새로운 각성이 일어나면서 우리의 문화에 대한 새로운 가치 자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1970년대부터 탈춤, 판소리, 우리 민요에 대한 새로운 자각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1980년대에 이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연희 장르로 마당극과 마당놀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나타나기도 했다. 전통음악의 영역에서도 기존의 것들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음악들이 만들어지기도 한다.이번 논술에는 응모한 학생들이 적었고 수준도 대체로 미달이었다. 그 중에서 강북고등학교 1학년 김태희 학생의 글을 가작으로 뽑았다. 우수작으로 뽑기에는 수준이 약간 미달이었다. 학생의 글은 첫째 전체의 구성이 약간 미흡하다. 본론의 첫 문단을 서론에서 소화했으면 더 좋은 구성이 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번 논술의 중심 문제가 우리 문화의 현실에 대해 논의하는 것 이었다. 둘째로 문단 전체의 짜임새가 뒤떨어진다. 문단은 문단 주제문과 상술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학생의 글은 본론의 두 문단이 모두 내용이 두 가지로 양립되어 있다. 끝으로 문장이 약간 거친 것도 흠이다. 부분적으로 밑줄친 (1)의 경우 문화는 '선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서구' 정도의 표현이 더 맞다. 문화는 선진이나 발전과 같은 말보다는 '변화'라는 말을 더 보편적으로 쓴다. (2)는 논점에서 벗어난 내용이다. 문화와 문화 유산은 같은 뜻으로 쓰이지 않는다. (3)은 문장이 되지 않고 (4)는 본론에서 언급되지 않은 내용이다. 논리적 비약이 심하다. 그러나 1학년이라는 사실을 감안하여 가작으로 뽑았다. 앞으로 꾸준히 노력하면 좋은 논술을 쓸 수 있는 재질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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