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영미씨 부부 안타까운 사연

입력 1999-10-29 14:13:00

"치료 한번 제대로 못한 채 큰 아들을 떠나 보냈는데.... 둘째마저 같은 병에 걸려 생사의 기로에 설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병명도 모른 채 큰 아들을 하늘로 보내야 했던 맹영미(37.여.대구시 서구 평리3동)씨. 같은 병에 걸려 몇년째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둘째 아들 준우(6)를 볼때마다 악몽 같은 지난날이 자꾸 떠올라 눈물로 밤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

지난 88년 박찬오(40)씨와 결혼한 맹씨는 이듬해 큰 아들 승환이를 낳았다. 그러나 아들을 낳았다는 기쁨도 잠시, 태어난지 몇달만에 황달증세가 나타난 승환이를 안고 병원을 찾은 박씨부부는 이름 모를 병에 승환이가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박씨부부는 갈수록 증세가 심해지는 승환이를 안고 병원을 전전했지만 끝내 승환이는 세상을 등졌다.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습니다. 마지막 길을 가기 싫어 손을 내젓는 승환이를 지켜 볼 수밖에 없었던 죄책감에 아직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둘째 준우가 태어났을 때 다시는 이런 불행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원없이 잘 키워보리라는 박씨부부의 다짐도 외면한 채 93년 4월에 태어난 둘째 준우도 몇달이 지나자 황달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원인이라도 알기 위해 서울중앙병원을 찾은 박씨부부는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간이 붓고 간경화로 진행돼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병명도 없는 희귀병 판정을 받았다.

급기야 94년 12월 준우는 아버지 간을 이식받는 18시간의 대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만성거부반응이 일어나고 바이러스 감염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 했지만 정상인보다 10배 이상 높은 황달수치가 떨어지지 않아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약물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약물치료 효과가 없으면 다시 간이식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간 기증자를 구하기도 힘들고 월 100만원인 남편 월급으로는 엄청난 수술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습니다" 1차 수술비와 입원비, 월 평균 100만원의 약값과 치료비로 이미 수천만원의 빚을 진 상태라 생활조차 유지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평생을 고통속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이를 볼 수 없어 한때 모든것을 포기하려고 했던 박씨부부. 꺼져가는 불씨를 살리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눈물겨운 행보가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李庚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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