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근안 미스터리' 벗겨라

입력 1999-10-29 14:37:00

'언론장악파동'으로 나라전체가 술렁거리는 틈새로 '얼굴없는 고문기술자' 이근안전(前)경기경찰청대공분실장이 느탓없이 경찰에 자수한 그 자체가 실로 충격이다.

11년동안 도피 행각을 벌인 이씨는 그동안 그의 검거자체를 둘러싸고 말이 많았다. 해외도피설, 경찰내부 도움에의한 국내은신, 사망설, 제거설 등등이 그것이다. 이는 그의 검거를 놓고 '안잡나 못잡나'로 경찰쪽에 의혹의 시선을 둔것에 근거하는데다 그가 검거됐을때의 파장 즉 그를 주축으로한 경찰 상층부나 훨씬 더 윗선의 사주등이 드러날것을 두려워 한 나머지 잡는 시늉만 하고 아예 안잡는 것으로 오해를 한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도피행적은 '상식의 허'를 찌르는 그의 골방은거와 충북.경기지역을 배회했다는게 지금까지 정확한건 정밀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이게 사실이라면 검.경의 추적이 과연 있었는지 의심스럽기 짝이 없는 행태로 이건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따라서 우선 밝혀져야 할건 그의 정확한 도피행적이고 그 과정에서 그에게 은신처나 도피자금등을 제공한 사람들에게도 응분의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

또 자수동기도 석연찮다. 그는 고문에 가담한 동료경찰관들이 비교적 가벼운 실형(징역2~1년)을 받았고 시효가 2013년으로 연장되면서 더이상 도피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검찰에서 그의 행적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있는데다 특히 '언론장악 파동'으로 정부여당이 궁지에 몰리자 여론전환용으로 그의 자수를 권유했다는 충격적인 얘기도 있다. 이것도 명백히 밝혀내야 할 중대이슈임엔 틀림이 없다.

마지막으로 밝혀져야 할건 이씨 수배의 본질인 고문의 실체이다. 그는 70년 순경으로 경찰에 들어와 72년 대공요원으로 활약하면서 반제동맹, 민청련 의장 김근태 현국회의원(국민회의 부총재), 납북어부 김성한씨 간첩조작사건 등 대공, 학생운동에 관여하면서 3공에서 6공에 이르기까지 갖은 고문을 자행한 장본인이다.

피해자들은 그를 '지옥에서 온 저승사자'로 불렀을 정도로 그 실상은 끔찍하기 이를데 없었다는게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기고문' '관절뽑기' '물고문'이 그의 특기로 '출장고문'까지 갔다니 그 잔학성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문제는 그의 범죄행각이야 드러나겠지만 그에게 그 혹독한 고문을 교사, 묵인한 당시 경찰 상층부나 권력상층부가 과연 누구인가가 초점이고 이 실체가 이번에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건 '고문'은 이젠 이 사건을 계기로 영원히 없어져야 할 '죄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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