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괴한 아르메니아 국회난입…무차별 총격

입력 1999-10-28 00:00:00

아르메니아 국회의사당에 27일 무장괴한들이 난입, 무차별 총격을 가해 바즈겐 사르키샨 아르메니아 총리와 카레 드리르치얀국회의장 등 9명이 사망했다고 아르메니아 정부가 공식 발표했다.

사망자 중에는 유리 바하샨 국회 부의장, 루벤 미로얀 제2 부의장, 레오나르드 페트로샨 에너지장관과 미카엘 코타냔 의원 및 국회 사무직원 등도 포함됐으며 최소한 10명이 부상했다고 정부는 밝혔다.

희생자들은 이날 대정부 질의를 벌이기 위해 의회에 참석했다.

괴한들은 현재 50여명을 인질로 잡고 의사당을 포위한 경찰 및 보안군과 대치한 채 로베르트 코차리안 대통령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대통령 대변인은 전했다.4, 5명으로 추정되는 괴한들은 정치.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한 애국적 충정에서 민중봉기를 유발할 목적으로 거사했다고 주장한 뒤 사태의 평화적해결을 모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러시아, 프랑스 등은 즉각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와 분노를 표명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사르키샨 총리의 죽음이 아르메니아에는 진정한 슬픔이라고 말했으며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테러에 큰 분노를 표명하고 희생자 가족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달했다.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도 아르메니아 대통령에게 위로를 전달하고 테러는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괴한들은 이날 오후 5시15분(한국시각 9시15분) 의사당에 난입, 연단에서 연설을 하던 사르키샨 총리앞으로 다가가 쿠데타가 일어났다면서 모두 바닥에 엎드릴 것을 요구한 뒤 총기를 난사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은 전했다.

테러범 가운데 3명은 88, 90년 극렬 학생운동권 출신인 나이리 우나냔과 그의 동생 및 삼촌이라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우나냔은 총리에게 접근한 뒤 "우리의 피를 마시는 것은 이제 충분하다"고 말했고 사르키샨 총리는 "모든 것이 너와 너의 자손들을 위한 것"이라고 담담히 대답하자 총기를 난사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아르메니아는 소연방으로부터 독립한 다른 국가처럼 시장경제 이행과정에서 경제적 혼란을 겪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다시 한번 정치적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괴한들의 지도자인 우나냔은 예레반 대학교 역사학부 출신으로 '카라바흐 노을운동'이라는 재야단체에 가담, 각종 시위와 파업을 주도했었으며 이후 한때 기자로 활동하면서 국회 출입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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