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름 꽃다발을 뿌려놓은 듯 화사한 가을 햇살이 싱그러운 어느날, 평소 친분이 있는 A의 초대로 그녀의 집을 방문했다. 그곳에는 A와 동창인 B가 먼저 와 있었는데 그녀는 나와도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오래간만이라, 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모처럼의 정다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인가부터 A와 B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A는 평범한 주부이고 B는 전문직을 가진 미혼 여성이다. 얘기는 B로부터 시작되었는데 그녀의 말인즉, 요즘 아줌마들은 남편이 힘들게 벌어온 월급으로 편안히 살면서 떼지어서 각종 운동이다, 쇼핑이다, 비싼 레스토랑 등을 두루 답사하고 다니며, 더욱더 꼴불견인 것은 레스토랑에서 주위 사람들을 아랑곳 않고 시끌벅적 수다를 떤다는 것이다. 그렇게 심하게 떠들거면 집에서 만나 차를 마시면 돈도 낭비하지 않고 좋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러자 아줌마인 A는 너처럼 능력 있고 잘난 여자는 아줌마의 고충을 모른다며 반박했다. 결혼해서 십수년동안 남편 수발에, 애 키우느라 해도 해도 표시도 안나는 집안 일에 얼마나 스트레스가 쌓이는데 가끔씩 밖에서 모여 수다를 좀 떨기로 그게 뭐 그리 잘못이냐는 것이었다. 결국 그들은 직장과 아줌마를 겸(?)하고 있는 나에게 동의를 구하기에 이르렀다.
남자들과의 경쟁에서 제자리를 지키고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결혼도 잊은 채 일만 해온 그녀의 시각에는 그렇게 비춰질 수도 있으리라. 또한 대부분의 아줌마들은 근검절약이 몸에 밴 채 가족만을 위해 평생을 봉사한다. 매일 반복되는 가사노동에 스트레스도 쌓일 것이다.
이해라는 건 자기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인색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들을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나에게 두 가지 일을 잘하고 있으니 좋겠다고 입을 모았지만 정작 나 자신은 그렇게 생각되지 않는다. 그 어느 쪽도 제대로 하는 것이 없는 것 같아 늘 개운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항상 시간에 쫓기며, 풍요로운 가을의 정취 한번 넉넉하게 느끼며 살지 못하는 나로서는 한가지 일에만 충실할 수 있는 그들이 무척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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