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공단에 입사한지 10년째인 김모 차장(38)의 고생담. 그는 지난 4월 국민연금이 전국민으로 확대 시행되면서 그야말로 '죽을 맛' 이었다.
"지사장실까지 민원인이 들어오고 전화는 하루종일 불나고 집에 가면 숟가락 들 힘조차 없을 정도였다"며 "가입자들이 우리를 마치 도둑놈 취급 할때는 당장 사표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했다. 그때에 비해 연금 공단 각 지사에는 목소리를 높이는 민원인을 여간해서는 찾아볼 수 없다.
과연 '가입자의 불만'이 숙진 탓일까.
국민연금 정착의 걸림돌은 크게 두가지. 가입자들이 받게 될 혜택에 대한 불신감과 도시자영업자와 직장인간의 형평성 문제.
우선 월급쟁이가 도시자영업자의 노후를 책임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두 직종간의 부담 불균형 문제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총 가입자 93만여명인 대구 지역에서 20만명 정도인 직장인들의 월평균 신고 소득액은 144만원.
하지만 도시가입자의 월 평균 소득액은 10월 현재 90만원에 겨우 턱걸이 했다. 이것도 연금 공단이 총력전을 벌인 결과, 시행 초기 84만원에서 6개월만에 6만원을 올린 셈이다.
연금 공단 대구지사 정경화 팀장은 "소득 상향 건수가 1만4천건에 이르며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직종의 경우 30만원 정도 소득 신고액이 올랐다"며 "시행 6개월만에 상당한 결실을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직장인들의 생각은 크게 달랐다.
종업원 300여명의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입사 5년차인 김모(32)씨. 김씨는 월급 명세서에 찍힌 연금 납부액을 볼때마다 속이 답답하다. 이것 저것 떼고 나면 손에 쥐는 97만원(상여금제외)의 월급에서 매달 공제되는 연금액은 5만850원. "솔직히 노후 자금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세금을 내는 기분"이라는 김씨는 "목욕탕을 운영해 하루에 100만원씩 수입을 올리는 친구의 연금 납부액이 4만2천원이라는 말을 들었을땐 정말 분통이 터졌다"고 했다.
입사 10년째인 박모(38)씨는 자신이 불입하는 연금의 표준소득 등급이 45등급중 고액 그룹인 30등급에 해당된다는 애기를 듣고 씁쓸함을 감출수 없었다. 매월 실 수령액이 126만원에 불과해 겨우 중산층에 속한다고 생각했는데 연금상으론 고소득자에 포함됐기 때문.
실제 지난달 연금공단이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도시가입자의 월평균 소득이 5만3천원 오른 것으로 신고됐으나 보험료가 늘어나지 않는 동일 등급내 상향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연금 인상분도 전국적으로 당초 예상액 63억원의 30%선인 21억원에 불과했다.
월급쟁이의 상대적 '고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세청의 과세 자료를 기준으로 삼는 의사, 변호사 등 전문 직종의 월평균 소득은 260만원으로 좀처럼 올라갈 기미가 없다. 여기에다 고소득 직종 25%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과세 기준도 없다.
결국 공단과 도시자영업자 간엔 의료 보험료 등을 근거로 연금 납입료 '협상'을 벌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도시 가입자의 불성실 소득 신고를 개선하기 위해 가입자의 반발로 미뤘던 '권장 소득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도시 자영업자의 업종을 1천140개로 구분해 업종별로 상식선의 소득 신고를 받겠다는 설명이다.
또 '기금고갈'이라는 불신감을 해소키 위해 2013년부터 연금 수혜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높이고 연금 수령액도 월급여의 70%에서 55% 수준까지 내리는 '궁여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가죽 지갑'으로 불리는 자영업자의 소득을 파악할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어 정부의 '장밋빛 전망'이 지켜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결국 '불입액은 늘어나고 혜택은 줄어드는' 악순환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朴炳宣·金辰洙·李宰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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