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의 현주소-(2)쌀과 농산물

입력 1999-10-26 00:00:00

이번 뉴라운드협상에서는 쌀시장 개방이 얼마나 확대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차기협상 여파가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때 보다 몇배 이상 심각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고려대 한두봉 교수는"쌀에 대해 현재의 최소시장접근 방식을 포기하고 관세화로 개방할 경우 2010년 쌀 총생산액이 4조4천611억원에 달해 최소시장접근시 7조8천563억원에 비해 3조4천억원 정도나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당시 쌀의 경우 95년 소비량의 1%인 5만1천t에서 99년은 소비량의 2%인 10만2천t, 2004년은 4%인 20만5천t을 기본관세로 최소시장접근물량(MMA)을 의무도입 한다는 조건이 따랐다.

더욱이 2005년 이후의 개방조건은 2004년에 반드시 재협상해야 한다는 단서도 주어졌다.

그러나 이번 차기협상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미국과 쌀 메이저 국가들이 공공연히 쌀 개방문제를 협상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서 관심이 극대화 되고 있다.

여기다 일본이 올해 쌀 재고량이 급증해 쌀을 관세화해도 타격이 적을 것이라며 관세화 예외를 포기했다. 이에 덩달아 쌀 관세화 예외국이 었던 필리핀과 이스라엘 등도 관세화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또 국내 일각에서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때 처럼 쌀을 고수하기 위해 쇠고기 등 축산물과 여타 분야에서 엄청난 양보를 해야하는 사태가 재연될 것을 우려해 부분적인 쌀 개방을 들고 있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다.

한편 전문가들은 차기협상에서 쌀 개방이 최소시장접근이냐, 아니면 관세화냐 여부를 떠나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우리나라 쌀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는게 급선무라는 것이 한결같은 지적이다.

실례로 포항제철(직원수 1만9천명) 한곳의 98년 총매출액이 11조1천380억원, 연이익 1조1천230억원에 달하는데 비해 우리나라 쌀의 한해 총생산액은 고작 15조원에 불과하다. 쌀 생산여건이 얼마만큼 열악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경북대 이호철 교수는"문제는 쌀 생산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정책대안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현재로선 직불제를 도입하는 등으로 쌀 농민들에게 보조금 지급을 확대하는 것이 쌀 경쟁력을 높이는 최선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협상에서 쌀과 함께 가장 피해가 우려되는 품목은 고추·마늘·양파 등 양념 채소류이다.

지난 우루과이협상때 오는 2004년까지 수요량의 3~5%, 관세율 50% 수준에서 수입이 개방된 양념류는 차기협상에서 시장접근 물량의 확대와 관세의 대폭적인 감축을 주장해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마늘의 경우 관세화로 관세율이 36% 감축되면 2010년 생산액이 98년의 1조709억원에 비해 55.6%인 5천952억원이 감소하고 재배면적도 3만7천300㏊에서 2만2천400ha로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마늘 재배농민 김동규(40)씨는"실제 지난해 중국산 마늘값이 급격히 하락하는 바람에 300~350% 정도의 높은 관세에도 불구하고 수입량이 급증, 국내 마늘 생산농가들의 기반이 완전히 무너지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밖에 보리·콩·녹두·팥·옥수수 등의 곡물류도 양념류와 마찬가지로 관세화 대상품목이다.

한국 농업경영인연합회에 따르면 이같은 지금까지 곡물류에 대한 시장개방으로 콩의 경우 20억원, 보리는 4억원, 옥수수는 8억원 가량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차기협상에서 관세의 일률적인 감축안이 관철되면 일부품목의 수입개방 여파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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