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 대구 야구장

입력 1999-10-21 15:29:00

20일 저녁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삼성과 롯데의 플레이오프 7차전에서 빗나간 관중들의 난동으로 프로야구 18년 사상 최악의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대회 6회초 삼성이 2대0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 4번타자 펠릭스 호세가 좌월 솔로홈런을 치고 3루를 도는 순간 관중 한 명이 맥주캔을 던지고 이어 1루쪽 관중들이 롯데 덕아웃으로 오물과 물병을 투척하자 이에 격분한 호세가 야구방망이를 관중석으로 던지면서 난장판이 벌어졌다.

호세의 거친 맞대응에 흥분한 관중들이 계속 물병을 던지며 욕설을 퍼붓자 롯데 선수들도 덕아웃에서 뛰쳐나와 관중석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오물투척과 발길질을 주고받았다. 1루쪽 일부 관중과 롯데 응원단간에도 몸싸움이 벌어져 경찰이 긴급출동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빚어졌다.

이 사고로 야구경기가 23분간 중단됐으며 호세의 야구배트에 박태봉씨(46.대구시 북구 산격동)가 손등을 맞아 찰과상을 입었다.

이 소동은 호세가 퇴장당하고 '폭력행위가 계속될 경우 홈팀이 몰수패를 당한다'는 장내방송이 있은 후 가라 앉았으나 난동 전과정이 KBS 위성방송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난동 관중 10여명 연행

경기가 끝나서도 관중 2천여명은 40여분간 퇴장을 않은 채 10여개의 대형쓰레기통과 물병 및 술병 수백여개를 그라운드로 집어던졌다. 경기장 뒷문 쪽에서는 100여명의 관중들이 롯데 응원단이 탄 승합차량의 유리창을 부수며 운행을 저지했고 정문쪽에서는 롯데응원단의 깃발을 불태우기도 했다.

또 일부 관중들은 소란을 저지하던 전경들과도 몸싸움이 붙어 김중재(32.대구시 달서구 본리동)씨와 추영일(12)군 등 5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김모씨(22.대구시 달서구 도원동)등 10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 늑장대응 비난

50여대의 차량을 타고 온 롯데응원단은 경기종료 1시간30분동안 차량을 타지 못한 채 피신하는 등 불안에 떨었고 롯데선수단도 50여분간 퇴장을 못하다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후문쪽으로 빠져나갔다.

한편 경찰은 이날 2개중대를 배치했으나 수수방관하다 사태가 심각해진 후에야 경비에 나서는 늑장대처로 비난을 샀다.

李春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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