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슈퍼땅콩'의 눈물어린 거절

입력 1999-10-20 14:25:00

골프를 잘 치려면 자존심이 강하고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으로 항상 '내가 최고'라는 근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말은 지난 10월11일 폐막된 베시킹클래식에서 우승, 금년도 LPGA(미여자골프대회) 2관왕이 된 김미현선수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1m53cm의 '슈퍼땅콩'인 그녀는 "빨래처럼 지나치게 꼬이는 스윙 폼이 어색하지 않느냐"며 꼬집는 기자 질문에 대해 "내 몸에 맞는 스윙"이라 대답할만큼 야무지고 당당하다. 지난 봄 골프 선수로서는 어울리지 않은 체구에 햄버거와 중고밴 신세였던 김미현은 6개월이 지난 지금은 LPGA의 신인왕에다 한국 정부로부터는 장훈(야구) 박찬호(야구), 박세리(골프), 유명우(복싱) 선수에 이어 다섯번째로 맹호장을 받는 선수로 도약했다. 그녀가 처음에 스테이트팜레일 클래식에 우승했을때만해도 우연한 행운쯤으로 넘겨잡았던 사람들도 베시킹클래식에서 또 우승하자 그녀의 실력을 인정치 않을 수 없었다. 주요대회 10위권내 진입 11회, 신인왕 평점 1위, 벙커탈출 능력 1위 등 그녀는 그동안 분명히 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진면목은 골프선수로서의 뛰어난 기량보다 이웃과 아픔을 함께하는 '열린 마음'에 있는 것만 같다. 지난 13일 귀국한 김미현은 그동안 쌓인 피로는 아랑곳 없다는 듯 골프클리닉을 열어 얻은 수익금 전액을 난치병어린이 치료비로 쾌척, 새삼 주변을 감동시켰다. 그런가하면 19일에는 후원사인 한별텔레콤측이 "김미현은 세계적 선수로 성장한만큼 대기업과 손잡고 더욱 큰 후원을 받도록 개방시켜주겠다"고 선언하자 그녀는 "어려울때 나를 도와주신 분들에 조금 성공했다해서 등 돌릴 수 없다. 한별가족으로 남아있게 해달라"고 울먹였다는 것. 그녀의 키는 비록 작지만 마음만은 하늘처럼 활짝 열린 것만 같다. 염량세태 따라 왔다갔다하는 기성세대들이 그녀를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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