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대 못미친 국정감사

입력 1999-10-18 15:08:00

국정감사가 올해도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수준이하로 전락하고 말았다. 옛날과 같은 고함과 윽박지르기는 적었으나 그대신 허위증언과 허위지적이 개선되지 않아 국감의 실효성을 떨어뜨렸으며 전문성과 준비문제는 그동안 많이 개선되기는 했으나 국민의 눈에는 미흡했다.

그래도 이번 국감에서 개선 된 점이 있다면 시민단체들의 국감감시와 그와 연관된 효과이다. 그동안 개별 시민단체들의 국감감시 활동은 있었으나 40개시민단체가 한데모여 국민시민연대를 이뤄 실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비록 16개 상위중 10여개가 국감방청을 막았으나 그래도 효과는 있었다는 것이 자타공인의 상황이다. 그 효과가 바로 자료준비와 전문성을 살리려는 의지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내년 총선 영향도 있었겠지만 55명의 의원들이 정책자료집을 낼 정도였다. 이 결과 원자력발전의 위험성 문제에서는 국민회의가, 도.감청문제에서는 한나라당이 돋보이는 국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이 아직은 국감이 기대이하라고 비하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국감을 대하는 여야의 자세문제이다. 국감에는 여야가 없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어떻게든 문제를 터뜨려 정치이슈화하려 하고 야당은 어떻게든 방어를 잘하여 덮어두려는 데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야당같은 여당과 여당같은 야당이 있는 국회여서 이슈를 둘러싼 긴장감 조성이나 국민적 관심을 끄는 데는 실패한 것도 이번 국감을 저평가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더욱 국민을 실망시킨 것은 국민을 대표하는 신성한 국회에서 질의와 답변에서 허위가 난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정원은 국회답변에서 처음에는 감청설비가 없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불법감청은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앞부분은 명백한 허위답변이었던 것이다. 질문에서도 여야의원 모두 허위성 질의를 했다. 이렇게 허위가 판친다면 국정감사는 왜 하며 국회는 왜 존재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특히 이번 국정감사에서 눈에 띈 것은 국회경시 풍조의 탄생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엄대우이사장의 답변이나 덕성여대 이문영이사장의 답변은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는 국회경시였다. 왜 그렇게 위세를 부리며 답변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로 해석 할 수 있다. 든든한 배경을 가졌기에 그럴 수도 있고 정치인 경시의 일반적 흐름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증인으로 채택되었던 정몽헌 현대회장 등의 출석 불응도 국회경시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국회경시는 결코 계속 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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