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재 장편소설 '살아있는 갈대' 다시 나와

입력 1999-10-18 14:13:00

'대지'의 작가 펄 벅이 한국을 소재로 쓴 장편소설 '살아있는 갈대'가 다시 번역돼 나왔다.

지난 63년 미국에서 초판이 간행돼 베스트셀러가 된 이 소설은 같은 해 우리나라에서 서울대 장왕록교수가 번역, 출간됐으나 그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은 채 묻혔다. 하지만 30년 가까이 이 작품에 애착을 가져온 장교수가 90년대 들면서 개역작업을 시작했으나 94년 불의의 사고로 타계하자 딸인 영문학자 장영희교수(서강대)가 뒤를 이어 개역작업을 완료해 다시 빛을 보게 됐다.

'살아있는 갈대'는 구한말에서 부터 1945년 해방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가족 4대의 이야기를 담아낸 소설이다. 구한말 왕실의 측근인 주인공 김일한과 두 아들 연춘·연환의 항일투쟁을 중심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질곡의 역사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항일 지하운동에 뛰어든 아들 연춘은 소설의 제목처럼 '살아있는 갈대'라는 전설적 인물. 작가는 이들을 통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 투쟁한 한 가족의 비극을 그려낸다.

이 소설은 작품의 스케일이나 수준으로 보아 대표작 '대지'이후 최대의 야심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펄 벅은 이 작품에서 역사적 사실을 단순히 소재로 삼기보다 한국인의 정서에 깊이 파고 들어간다.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과 탄탄한 구성, 극적 긴박감, 사실과 허구의 조화를 통해 자신의 작가적 역량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실제 그는 이 작품을 쓰기위해 60년 한국을 방문, 경주 등 여러 곳을 둘러보고 치밀한 고증작업을 하는 등 시간과 정열을 쏟았다.

'살아있는 갈대'는 현재 국내 '시네테리안' 영화사가 3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영화로 만들고 있다. 세계시장을 겨냥해 영어로 더빙되는 이 영화는 제작이 거의 마무리돼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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