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돈받고 '우량' 둔갑

입력 1999-10-15 00:00:00

허위기업진단을 통해 영세기업이나 부실기업을 우량기업으로 둔갑 시켜온 공인회계사, 브로커, 사채업자 등 허위기업진단 사범이 검찰에 무더기 적발됐다.

대구지검 반부패 특별수사부(부장검사 김광로)는 15일 허위기업진단 사범 37명을 적발해 김우진(43.서울 송파구 오금동).홍준배(38.서울 송파구 방이동)씨 등 공인회계사 2명과 김근배(53)씨 등 알선브로커 2명, 신현수(39.경북 포항시 창포동)씨등 정보통신공사업자 3명 등 모두 8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정모(40.대구시 동구)씨등 공인회계사 8명을 포함한 나머지 29명에 대해서는 불구속 기소키로 했다.

공인회계사가 낀 허위기업진단 사범이 적발되기는 전국에서 처음인데 검찰은 공인회계사에게는 공인회계사법 위반을, 브로커.기업주.사채업자에게는 정보통신공사업법 위반 등을 적용했다.

적발된 공인회계사들은 자본과 기술력이 없는 통신공사업자들로부터 건당 60만~70만원을 받고 허위기업진단서를 발급, 우량회사로 둔갑시켜 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96년부터 공인회계사 홍씨와 김씨는 각각 1천100여건과 74건의 허위기업진단을 통해 7억원, 4천4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겨왔다.

김씨 등 알선브로커들은 정보통신사업자들의 의뢰를 받아 서울 명동 사채업자의 돈으로 의뢰인 명의의 예금잔고증명서를 발급한 뒤 공인회계사를 통해 허위기업진단을 받도록 알선하고 건당 수백만원씩 챙긴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정모(53.불구속)씨 등 사채업자들은 기업설립 알선브로커와 결탁해 정보통신공사업자 명의로 자본금을 납입해주고 1억원당 10만~13만원의 수수료를 챙기며 부실한 정보통신공사업체의 설립을 방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허위기업진단을 벌여온 공인회계사 명단을 재경부에 통보하고, 알선브로커와 결탁해 예금잔고증명용으로 수십억원씩을 굴린 사채업자들의 명단을 국세청에 통보해 세금을 추징토록 할 방침이다. 또 허위기업진단을 벌인 정보통신사업자들로부터 공사 수주 편의를 대가로 거액의 돈을 받은 한국통신 간부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金海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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