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전화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898년이었다. 고종은 외세와 외국문물의 동향파악을 위해 덕수궁과 각관청, 그리고 인천항 감리서에 전어기(傳語機)를 설치했다. 1899년에는 경인선 철도가 준공됐다. 경인선 개통은 근대적 교통기관 도입이라는 발전적 의미와 함께 구미 열강 및 일본 제국주의의 침투라는 부정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100년전과 오늘은 닮은 꼴
전화와 철도의 부설은 당시 조선의 변화를 상징하는 가장 큰 화두였다. 그러면 100년이 지난 1998년과 1999년의 화두는 무엇일까. 아마도 IMF와 재벌개혁이 아닐까 싶다. 전화와 철도가 근대화의 산물이었다면 IMF와 재벌개혁은 세계화의 산물이다. 양자는 닮은 꼴이다. 근대화를 외면하다 국권을 상실한 것이나 세계화 대응을 잘못해 경제주권을 빼앗긴 것이 너무 흡사하다.
98년과 99년의 중심 화두인 IMF는 우리에게 미국 등 선진 채권국의 논리를 강요했다. 고금리정책과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외자유치를 목적으로 한 고금리 정책은 우리 기업들을 도탄에 빠뜨리는 결과만 낳았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는 무자비한 구조조정을 불렀고 그 결과로 인권과 복지를 크게 후퇴시켰다. 그래서 미국 등 서방 채권국의 이권수호에 앞장서고 있는 IMF를 고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를 'IMF모범생'이라고 하는 말이 마냥 좋게 들리지 않는 것도 여기서 연유된다. 선진 채권국의 우호적 시각이 우리에게 꼭 긍정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다른 화두 재벌 개혁
세계화의 또 다른 화두는 재벌개혁이다. 재벌은 IMF사태의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만큼 그 개혁이 환난극복의 중심테마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그 산물이 기업퇴출, 부채율의 혹독한 감축, 지배구조의 개선과 같은 정책들이다. 최근 들어서는 경제검찰이라는 국세청까지 나서 재벌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난도질 하고 있다. 그 파괴력이 너무 강력해 뿔이 아닌 소가 다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기도 한다.재벌개혁의 성패를 지금 속단하기는 이르다. 솔직히 말해 개혁방향이 맞은 것인지 어떤 것인지도 분간하기 어렵다. 국가정책이라는 것이 정책목표.정책수단 뿐 아니라 정책윤리.경제환경.국민정서와 같은 복합적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어떤 주장도 이런 변수들을 모두 포괄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소의 뿔에 초점을 맞추면 뿔을 고쳐야 하고 소의 건강에 목표를 두면 뿔을 고치지 말아야 한다는 다중적인 사고가 가능해진다.
--섣부른 해체는 오히려 문제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일부 교수들은 개도국의 재벌그룹 해체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최소 10년 정도의 일정으로 자본.경영자.노동자.국제기술 등의 시장제도를 갖추게 한뒤 재벌을 손대도 늦지않다고 평가했다. 섣불리 해체를 시도했다간 오히려 문제를 키우게 될것이라고 경고했다.
자본주의에 맞선 공산주의의 등장, 그리고 그 이념 대립으로 인류는 수백만의 희생자를 냈다. 그러나 공산주의는 한시대의 사고였을 뿐 자본주의에 대한 완벽한 해답이 아니었다. 공산주의는 무너지고 자본주의의 폐단은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중국은 문화혁명의 열풍으로 국가 발전을 수십년 후퇴시키고 전통문화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인간들은 그런 실수를 밥 먹듯 하는 족속이다.
'IMF모범생', '재벌개혁'이 과연 바른 선택일까, 잘못된 선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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