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만남-부마항쟁기념 부산민주공원 16일 개원식 나란히 참석

입력 1999-10-12 00:00:00

양김(兩金)이 어색하게 다시 조우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6일 부마항쟁을 기리기 위해 부산 대청공원에 조성되는 '부산민주공원'개원식에 참석키로 했고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도 이 자리에 참석키로 통보했다.

두 사람의 회동은 지난해 7월말 이후 처음이다. 그 동안 김전대통령은 김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맹비난하면서 급기야 지난달 20일 전직대통령 청와대 초청에까지 불참하는 등 양 측에 냉랭한 기류가 흘렀다.

청와대는 김대통령의 참석여부를 놓고 고심해 왔다. 김전대통령의 돌출행동을 우려했지만 만약 그같은 일이 있다면 김전대통령이 망신을 당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 현직 대통령으로서 의연하게 대처하는 게 옳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또 불참할 경우 반여(反與)정서가 심한 부산.경남지역에서 또다시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개원사에서 과거의 민주화정신을 망국적인 지역갈등의 극복으로 승화하자고 역설할 예정이며 김전대통령의 민주화업적을 평가하는 발언도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가의 관심사는 김전대통령의 발언내용이다. 김전대통령 측은 "할 말은 한다"면서 현 정부의 실정(失政)에 대한 비판을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개원식 축사 순서도 화제에 올랐다. 김전대통령 측은 김전대통령이 재임때 만든 공원이기 때문에 기득권 차원에서 먼저 연설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주최 측의 요청에 따라 김대통령 다음 순서에 하기로 했다.

김전대통령은 15일 부산에 내려가 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을 방문하고 이어 모교인 경남고에서 재학생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며 16일 부산.경남지역 한나라당 의원들과 오찬을 하고 저녁에는 옛 민주계 인사 300여명과 만찬을 한 뒤 17일 귀경한다. 이는 지난 9월 중순 민주산악회 재건 유보선언 이후 첫 공식 나들이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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